부동산 정책·제도

[부동산 공시가 합리화 방안] 공시가 인위적 상승분 걷어내…"보유세 부담 덜어줄 것"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현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체계를 되돌리려는 것은 전 정부 시절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실화 계획은 최장 2035년(공동주택은 2030년까지)까지 단계적으로 시세의 90%까지 공시가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시세 인상분에 현실화율에 따른 상승분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급등해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 실제로 현실화 계획이 적용된 2021년~2022년 사이에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8% 상승했다.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 10년간 연평균 상승폭(4.6%)의 4배에 달한다. 또 집값이 떨어진 일부 지역에서는 공시가가 실거래가를 뛰어넘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현실화율이 90% 도달 시 공동주택의 20%, 표준주택의 25%, 표준지의 24%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현실화 계획을 폐지한다고 밝히며 새로운 공시가 산정방식을 내놓았다. 핵심은 현실화 계획에 따른 인위적인 상승분을 걷어내고 시장 변동률만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2020년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에 사용했던 방식으로 ‘전년도 공시가격×(1+시장 변동률)’ 수식에 따라 산출한다. 공시가격 조사자(공동주택은 한국부동산원, 표준지는 감정평가사가 조사)가 시장 증거에 입각해 시장 변동률을 적용해 공시가를 정한다. 예를 들어 A아파트의 시장 변동률이 10%라면 전년도 공시가격에 1.1을 곱하면 된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집값 시세가 20% 올랐다고 해서 바로 시장 변동률에 20%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시세변동률을 포함해 감정평가 변동률, 한국부동산원의 자동가격산정모형(AVM)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시장 변동률을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화율 로드맵을 폐기와 공시가격 산정 방식 변경은 법 개정 사항으로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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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균형성 제고를 위한 방안도 나왔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과도하게 높거나 낮게 나올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보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 주택 등 지역별·유형별·가격대별로 벌어진 시세 반영률을 공평하게 맞추는 게 골자다. 먼저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을 평가해 균형성 평가 기준에 어긋나는 곳은 ‘심층 검토지역’으로 지정한다. 만약 심층 검토지역이 되면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재산정을 요구한다. 다만 균형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균형성 제고 상한을 전년 공시가격의 최대 1.5% 이내로 설정했다. 이후 재산정된 공시가격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이 조사자를 대면 검수해 결과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외부 전문가가 이를 최종 검수한 뒤에 국토부가 공시가격 열람(안)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공시가격 균형성 제고 방안은 법 개정 사안이 아닌 만큼 공시가격 산정체계 개편을 위한 부동산공시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더라도 시행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합리화 방안이 실행되면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화 로드맵을 적용할 때보다 공시가가 줄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동주택 평균 가격 변동률이 1.52%라고 가정하고 현실화 로드맵을 적용했을 때 올해 공시가격이 15억600만원인 아파트의 내년 공시가격은 15억 7200만 원 이다. 하지만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고 합리화 방안이 적용되면 15억 2800만 원으로 4300만 원이나 준다. 공시가가 내려가는 만큼 보유세도 줄게 된다.

전문가들은 합리화 방안이 시행되면 공시가격이 시장가격 흐름과 유사한 수준에서 변동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지방 주택 시장처럼 매매가가 하락하는 곳은 시세하락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보유세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부작용을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계획은 매매가가 오르던 내리던 사실상 증세가 된다는 점에서 산정방식 보완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주택가격 상승한 만큼 이번 방안과 별개로 공시가격 인상 폭이 커져 세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 리서치랩장은 “서울과 수도권 등 실거래가격 및 감정평가 금액이 오르는 지역은 공시가격 인상 폭이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지역별 공시가격의 양극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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