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금 밟고 있는 것은 가속 페달일 수 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학교 경찰과학수사학과 전임교수가 1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서울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서 한 설명이다. 대법원특수분야감정인이기도 한 박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16년 간 근무하며 약 2400건의 교통사고 감정을 한 전문가다. 부산 동래구청 제네시스 급발진 사고, 서울 송파 시내버스 급발진 사고 등도 감정했다.
제동력을 넘어서는 가속은 불가능
자동차 운전, 나아가 레이싱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BMW의 영종도 드라이빙센터나 현대차가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찾기도 한다. 무엇부터 배울까. 제일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 소위 ‘풀 브레이킹’ 부터 배운다. 브레이크 페달을 꽉 밟았을 때 다리가 다 펴지지 않게 포지션을 잡는다. 그리고 정해진 위치와 신호에 따라 브레이크 페달을 부수듯이 온 힘을 다해 밟는 것이다. 이 교육을 받아보면 자동차의 브레이크 성능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알 수 있다.
이날 설명회에 나선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브레이크 작동 시스템의 원리’ 발표를 통해 가속력을 넘어서는 제동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장 나서 딱딱한 브레이크도 강하게 밟으면 차의 속도는 줄어든다”며 “엑셀(가속) 페달을 밟은 상태로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는 정지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브레이크의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 △가솔린 터보 엔진·전기차 △디젤엔진 등의 기본 기계적인 설계를 설명하며 브레이크오버라이드시스템(Brake Overide System)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자동차의 전자제어 장치가 브레이크와 엑셀 신호를 동시에 보낼 때 제동신호를 우선하는 시스템”이라며 “결론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차는 무조건 감속 및 정차한다”고 말했다.
급발진 EDR 보니…대부분 가속 페달 밟아
전문가들은 급발진 사고로 알려진 사고기록장치(EDR) 사례들도 공개했다. EDR은 사고 시점 이전 5초 동안의 각종 데이터를 모아 저장하는 장치다. EDR은 2012년 12월에 자동차 제조사가 EDR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2015년 12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차량 소유자에게는 EDR 장착 사실 고지와 데이터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개된 EDR 기록들을 보면 사고 직전 대부분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기록됐다. 제동 페달의 작동 여부는 거의 ‘OFF’로 없다. 만약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면 어떨까. 최영석 한라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 공학부 객원교수이자 차지인 대표는 “브레이크는 기계 장치라 고장 나면 (브레이크액 부족, 패드 마모, 디스크 손상 등) 흔적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DR 오류·조작 가능성은? “불가능”
“나는 분명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발진 사고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주장이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EDR에 기록되지 않았다면 EDR의 오류가 아닐까. 최 대표는 이에 대해 “여러 개의 제어기(컴퓨터)에 네트워크로 연동되고 데이터의 오류가 발생된 것은 오류 데이터로 기록된다”며 “가속페달 작동, 엔진회전 수,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박성지 교수도 “가속 페달, 제동 페달 데이터는 보지 않고 (실제 속도와 기록 장치의) 속도가 맞지 않아 다른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고 부정한다”며 “현재 버스와 택시에 장착되고 있는 운행기록계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 논쟁은 없다”고 말했다.
급발진은 대부분 ‘Human Error’
“제조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제조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현재 ‘급발진’으로 알려진 사고에 대해 "대부분 인간의 오류(Human Error)로 진단했다. 박 교수는 “급발진 현상은 가속페달을 밟는 경우 쉽게 발생하고 운전 경력과는 무관하게 이런 실수가 일어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페달 조작 오류 사고가 급발진 사고로 오인 된 점에 대해 제조사들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EDR 공개에 매우 소극적이었고 그동안 의혹은 부풀어졌다”며 “국과수조차도 믿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입증에 대한 노력은 매우 수동적”이라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10분 이상의 운행기록 데이터 등을 갖추어야 하고 논쟁이 발생한 경우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급발진 현상의 대부분은 휴먼에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운전자가 실수하더라도 급발진하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페달 오인 사고 규명의 해법으로 꼽히는 ‘페달 블랙박스(카메라)’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현행 EDR로도 충분히 사고 원인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데 추가 전자기기를 달아야 하는 문제 등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영상은 딥페이크에 의한 조작에 취약하다”라며 “차량 제조사가 제작할 경우 미작동, 오작동, 데이터 보안 기능 확보를 위해 애프터마켓 제품 대비 2~3배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