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의 공장 노동자들이 13일(현지 시간) 노사 협상이 결렬된 데 따라 파업에 돌입했다. 보잉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미국 중재 당국이 나서면서 노사 양측은 다음 주 초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잉 워싱턴·오리건·캘리포니아주 공장 노동자들이 이날 0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원들은 거리로 나서 “역사적인 계약은 얼어 죽을!”, “집값 좀 봤어?” 등 사측을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는 보잉 최대 노조인 국제기계항공노동자연맹(IAM) 751지부가 전날 ‘노사 합의한 거부’ 투표를 실시한 결과 94.6%가 지도부가 합의한 ‘4년간 임금 25% 인상안’을 거부하고 96%가 파업에 찬성한 데 따른 것이다.
파업이 시작되자 미국 중재 당국은 노사 양측을 소환해 중재에 나섰다. 미국 연방조정화해기관(MFCS)는 이날 성명을 내고 “땅자사들이 다음 주 초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웨스트 보잉 최고재무책임자(CEO)는 “보잉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며 “파업으로 인해 737맥스 생산 목표를 달성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한다는 보잉의 목표 달성이 더 어려월 질 것”이라고 말했다. 존 홀든 IAM 회장 역시 “사측 제안이 16년간 임금 정체, 높은 의료비, 수천 개의 일자리 이전을 보상하지 못한다”면서도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의 이번 파업 참가자는 3만 명을 넘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 보잉 전체 직원(15만 명)의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보잉 노조를 이끄는 IAM 751 지부에는 보잉 노조원 약 3만 3000명이 소속돼있다.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워싱턴주 시애틀은 737·777·767 기종을 생산하는 보잉의 최대 제조 허브다. 이 때문에 노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보잉의 항공기 제작 및 인도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보잉 노조는 최근 수년간 고물가와 치솟는 집값 등을 이유로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해왔다. 그간 협상 테이블에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이달 8일 노사 양측은 4년간 임금을 25% 인상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측은 역대 최대 규모의 인상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가 제시한 40% 인상안과는 차이가 컸던 데다 연간 보너스가 삭감되면서 노조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보잉은 올해 초 비행 중이던 여객기에서 창문이 뜯겨 나가는 등 737맥스 기종의 잇따른 결함으로 사업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보잉은 2분기에만 당기순손실이 14억 4000만 달러(약 1조 9181억 원)에 달했다. 6월 말 기준 부채는 600억 달러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