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어학연수를 간다는 병역기피자에게 국외여행 허가를 불허한 병무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거주 이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A씨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외여행 허가신청 불허처분 취소 소송에서 올 7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1993년생으로 2013년 6월 현역병 입영대상자 처분을 받았다. A씨는 2017년 11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았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았고, 병역법 위반죄로 다음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0년 4월 재병역판정검사통지서를 받았지만 이번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검사를 받지 않았고, 병역법 위반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병역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자로 처분받았다. 이후 A 씨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기 중이었던 2023년 10월10일, 병무청에 어학연수를 간다는 이유로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했다. 병무청은 병역법 제70조 제2항 및 병역법 시행령 제145조 제4항을 근거로 A 씨의 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A씨는 “해당 처분으로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학문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의 침해가 크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거나 학문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70조 제1항 및 제2항, 병역법 시행령 제145조 제1항은 ‘병무청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재병역판정검사나 입영을 기피한 사실이 있는 사람이 25세 이상인 보충역으로서 소집되지 않은 경우에는 국외여행 허가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병역법 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병역법에 따른 국외여행 불허가 대상이고, 법에 규정하는 불가피한 사유에 대한 주장이나 입증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 제39조 제1항 및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병역의무의 부과와 이행 과정에서 병역의무자의 기본권이 중대하게 제한된다”며 “병역의무의 이행을 위한 국외 거주·이전의 자유 내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