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의 중심에 중국 메모리 업체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장이 있다는 주장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와 미국 마이크론 등 이른바 D램 3강의 범용 메모리 매출과 수익성에 끼치는 악영향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무라증권과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창신메모리(CXMT)·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의 생산량 확대 현황을 다룬 보고서를 발간했다.
노무라증권은 현재 월 16만 장 수준인 CXMT의 생산능력이 올해 말 20만 장에 이르고 내년에는 30만 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30만 장까지 생산능력을 성공적으로 늘릴 경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웨이퍼 기준 15%의 점유율을 보유하게 된다. 생산능력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어 글로벌 4위 D램 업체가 되는 셈이다.
노무라증권은 CXMT의 생산 포트폴리오가 현재 PC와 모바일 중저가 D램에 한정돼 있지만 내년 생산능력 확대와 더불어 생산 제품군이 DDR5와 LPDDR5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CXMT는 지난달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2 대량 양산을 시작하며 고부가 메모리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XMT의 빠른 확장은 스마트폰과 PC 등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과 적극적인 정부 보조금 정책이 개입된 결과다. 연간 12억 대 규모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내수시장 규모는 2억 8000만 대로 28%를 차지하고 있다. PC 시장에서의 중국 점유율도 15%에 달한다.
노무라증권은 “CXMT는 미국의 장비수출 규제를 받지 않아 18나노 D램 장비를 수입할 수 있었다”며 “최근에는 이 장비로 17나노 공정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하기 전 중국 업체들이 생산량을 원하는 만큼 증설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장에 단기적으로 교란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완제품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현지에서 25% 이상 부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CXMT의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말까지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글로벌 D램 시장에선 16%, 낸드 시장에선 8%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CXMT의 생산량 중 80%가 집중된 DDR4 제품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영향으로 가격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CXMT의 생산 확대로 인해 현재 DDR4는 공급과잉 상태”라며 “3분기 동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보수적인 (메모리) 조달 전략을 고수하며 주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모바일 D램 가격 견적을 거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는 메모리 시장에서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HBM 등 인공지능(AI) 서버 관련 메모리 제품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D램 수요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HBM, DDR5 등 AI 및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의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회복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