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을 동맹 파트너로 대우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활용해 우리나라가 미국과 공동 연구개발(R&D) 혁신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면 첨단바이오 등에서 주도권을 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올해부터 국제 공동 R&D 예산을 크게 늘리면서 중장기적으로 성과가 기대된다”며 “다만 한국에 도움될 만한 원천 기술을 지닌 석학급 해외 과학기술인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나온 우수한 지식재산(IP)을 라이선스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포스텍과 서울대에서 각각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존스홉킨스의대에서 의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올해 미국에 5곳의 글로벌산업기술협력센터를 선정할 때 존스홉킨스대를 대표해 센터를 유치해 글로벌바이오기술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다. 또한 인공 장기(오가노이드)에 AI를 접목해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큐리바이오를 2015년 창업해 올해 1000만 달러 매출이 예상된다.
김 교수는 올 6월 말 존스홉킨스의대에서 한국바이오협회 소속 기업들과 첨단바이오 기술과 신약 개발에 관해 온·오프라인으로 560여 명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자들은 원천기술과 기술이전·사업화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는 “정부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퍼스트무버로 나아가기 위해 국제 R&D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석학급 연구자와의 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가 첨단바이오 등 국제 R&D 과제의 기획과 추진 과정에서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된다면 해외 기관에도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과제 심사·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 나아가 IP 문제까지 세심하게 분석해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제 R&D 예산은 지난해 약 5500억 원에서 올해 약 1조 8500억 원, 내년 2조 1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과학기술인들은 그동안 국제 R&D에서 IP 소유권의 충돌 가능성이 있어 유수 해외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 계약에 애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바이오 협력의 경우 보건복지부·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가 나서 개별적으로 사업을 펴는 경향이 있는데 분야에 따라 범부처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미국 5곳과 독일 1곳 등 글로벌 산업기술협력센터들을 묶어 우리 기업과 연구자들의 해외 진출 허브 플랫폼으로 쓸 수 있다”며 “6곳의 글로벌센터는 해외 연구자, 국내 기업 등과 총 22개 과제를 수행하는데 3년 연구에 2년 추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창출된 IP는 해외 기관과 국내 기업이 공동 소유하되 한국 주관 기업이 우선협상권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