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이 결국 무산됐다. 삼성전자는 자체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해 또 다른 대형 고객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AI 가속기 개발을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 내 AI 시스템온칩(SoC) 조직은 최근 네이버와의 AI 반도체 공동 개발을 종료하기로 했다.
양 사는 ‘마하’라는 제품명을 내걸고 추론에 최적화한 서버용 AI 가속기를 함께 개발해 왔다. 이 동맹은 국내 반도체 설계와 AI 모델 엔지니어링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기업 간 협력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AI 가속기는 다른 반도체와 달리 초기 설계 단계부터 AI 모델을 운용해본 경험이 중요하다.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유닛(GPU)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온 노하우를 갖췄다는 점도 양 사 협력의 기대감을 키웠다.
두 회사는 개발 과정에서 향후 양산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마하가 설계를 확정한 뒤 양산에 이르기까지는 앞으로도 1~2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최근 AI 서비스의 진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업계에서는 마하 개발 비용으로 최소 1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양측의 이해관계도 엇갈렸다. 양산 칩의 판매 범위 등을 놓고 서로 입장 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마하1 칩이 자사 AI 모델과 서비스에 최적화된 만큼 자사 위주로 공급하기를 원했던 반면 삼성전자는 칩 개발에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투자한 만큼 네이버 외 다른 곳에도 판매하는 것을 원했고 이 지점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성장성이 높은 AI 가속기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자체 인력을 통해 개발을 이어가기로 했다. 우선적으로 네이버와 같은 대형 고객사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 현재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사업 전반이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최소 고객사조차 확보하지 않고 무작정 신사업을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체 사업 계획에는 마하라는 제품명을 바꾸는 방향도 포함됐다.
마하 프로젝트가 흔들거리면서 삼성의 반도체 설계 사업 경쟁력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핵심 사업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특히 뼈아프다. 차세대 제품으로 준비 중인 엑시노스2500은 수율·전력 등 문제로 한 식구인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개발 중인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 S25에 탑재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에서는 전장용 칩을 포함해 현재 다양한 SoC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각 사업마다 전략이 명확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상당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