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순방 이틀째인 20일(현지 시간) 양국 경제협력의 비전으로 ‘팀 체코리아(Czech-Korea)’를 제시했다. 체코 원전 기업을 방문해 신규 원전은 한국과 체코가 함께 짓는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보유한 고속철도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협력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며 원전 동맹이 곧 ‘블타바의 기적’으로 가는 기회의 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프라하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양국 정상이 전날 ‘원전 동맹=새로운 관계의 기반’에 교감했다면 이날은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할 눈에 보이는 협력 모습을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7월 ‘팀 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고 이제는 ‘팀 체코리아’가 돼 원전 르네상스를 함께 이뤄나가자”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체코가 원하는 첨단 제조 기업을 소유한 5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14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우주항공(Aerospace), 바이오(Bio), 첨단화학·소재(Chemistry), 디지털(Digital), 에너지(Energy) 등 ‘ABCDE’로 대표되는 미래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이날 체코 오스트라바공대와 미래차산업협력센터를 건설하기로 했으며 스코다일렉트릭과는 수소발전 모빌리티 에너지 솔루션 MOU를 맺었다. 포스코홀딩스는 체코 브루노공대와 철강 내 냉각 에너지 절감 및 2차전지 리튬 기술 협력 MOU를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체코의 스코다트랜스포테이션과 고속철도 글로벌 전기기관차 사업 참여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국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470여 명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함께했다.
기업뿐 아니라 양국 정부도 협력 강화 기반을 마련했다.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하는 한편 공급망·에너지 대화(SCED)로 주요 협력 사업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은 이후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프라하 남서쪽 1시간 거리에 있는 플젠시를 방문해 발전용 터빈 원천기술을 보유한 ‘두산스코다파워’와 원전 기자재 생산 기업 ‘스코다JS’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두산스코다파워에 도착하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영접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원전 전 주기 협력 협약식에 참석했다. 원전 설계, 운영, 핵연료, 방폐물 관리 등 원전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부문에서 13건의 MOU가 체결됐다. 특히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의 우협인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 코리아’는 신규 원전에 두산스코다파워에서 생산한 터빈을 사용하기로 확정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후 윤 대통령과 피알라 총리는 터빈에 장착되는 블레이드(회전날개)에 함께 서명하고 협력을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협력을 계기로 양국은 원전 르네상스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피알라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고속철도·배터리 협력 MOU를 체결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만든 것처럼 체코를 가로지르는 블타바강의 이름을 따 ‘블타바 첨단산업 협력 비전 MOU’도 체결했다”며 “배터리·미래차·로봇 등 3대 혁신 산업에서 우선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