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학주의 투자바이블] 암호화폐 구조에서 배울 점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오래 전부터 한국의 산업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음을 우려해 왔다. 왜냐하면 남이 모방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조금씩 변형해 가치를 만드는 엔지니어링 위주였기 때문이다. 지금 그 한계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의 보급으로 인해 엔비디아·TSMC가 주도하는 기능성 비메모리칩이 중심이 됐고, 메모리조차 여기에 맞추다 보니 설계를 바꿔야 해 한국 업체들이 당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차세대 배터리 설계에서 뒤쳐질 수 있음을 고민한다. 배터리 생산은 한국이 선점했지만 중국에 밀릴 수 있다.



이제는 우리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그러려면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기초과학이나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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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누구든 사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암호화폐의 구조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암호화폐는 거래의 신뢰성을 위해 참여자 모두에게 공증한다. 그런데 수많은 거래의 공증을 위해 종업원을 많이 뽑는다면 인건비, 즉 초기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암호화폐는 채굴이라는 절차를 공증과 연계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누구든지 역량이 있으면 코인을 채굴해 갈 수 있고, 그 과정이 곧 공증인 셈이다. 과도한 인건비로 인해 시작하기 어려웠던 사업이 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사례다.

누구든지 능력이 되면 참여해 정해진 성과를 내고 약속된 보상을 얻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보상에는 주식을 비롯해 코인처럼 기업의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 자산도 포함된다. 그것이 현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자신의 노동을 투자해 성장 잠재력 있는 비상장 주식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들이 쉽게 모여 일하기 편한 디지털 가상세계 인프라가 필요하다. 또 이것이 정부가 투자해야 할 부분이다. 반면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형태가 어색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부는 선량한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자격을 규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할을 참여자 스스로의 판단에 맡길 때가 됐다. 이제는 AI가 보급되며 서민들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스마트해질 것이다.

특히 한국은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한 직장에 갇혀 일하는 것보다 자신의 역량이 되는 대로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우리에겐 그런 놀라운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둘째 인적 자원의 재배분이 시급하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룰 때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공대에 진학했다. 나라의 성장과 인재의 배치가 일치됐던 셈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의대 열풍이 불었다. 한국은 내수만으로 지금의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없다.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기초과학 분야에 진학해 창업하고, 이웃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더불어’의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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