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50bp(0.50%포인트) 인하하면서다. 2022년 3월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2년 반만에 완화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벌써 국제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와 폭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논쟁이 뜨겁다.
통화정책은 그 어떤 정책보다도 적기 시행이 중요하다. 기준금리 변경의 파급효과는 길고 복잡하며 경제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의 변경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경로는 금리경로, 자산가격경로, 신용경로, 환율경로 등이 있고 그 파급시차는 일반적으로 1년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 변경의 파급시차와 효과는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다. 금리경로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변경하면 이에 따라 장단기 시장금리가 변동하여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기준금리를 변경하더라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와 동일한 방향과 폭으로 변동된다는 보장이 없다. 시장금리가 변동하더라도 시장금리 변동이 소비나 투자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참가자의 반응행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준금리 변경의 효과가 항상 동일할 수 없는 것이다.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시차가 길고 그 효과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복잡한 금융경제 상황 및 경제주체의 행태 등을 고려하여 선제적(preemptive)으로 실시돼야 한다. 현실에서는 통화정책 파급효과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례로 연준이 팬데믹으로 유발된 물가 상승을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풀린 과다 유동성으로 2021년부터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점점 높아졌으나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며 2021년 말까지 0∼0.25%였던 정책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를 넘어선 2022년 3월에야 금리인상에 나서 선제적인 통화정책에 실패하였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통화정책의 마에스트로이자 ‘통화정책의 신의 손’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1987년 8월∼2006년 1월, 연준 의장 역임) 마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자산가격 버블에 책임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닷컴버블 붕괴 및 911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2001년 1월 6.5%였던 기준금리를 2003년 6월에는 1%까지 낮췄다. 2004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나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금리가 함께 상승하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결국 자산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는 현상에 대해 그린스펀은 “수수께끼(Conundrum)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연준이 책임 회피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자산가격 버블을 막기 위해 보다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장기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로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언급했듯 적기에 통화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면 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의 경우에는 주로 자국의 물가 및 고용상황만을 고려하여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때문에 정책운영이 상대적으로 더 용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결정시 자국 고유의 금융경제 상황을 감안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를 일정부분 추종할 수밖에 없는 제약이 있어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가 훨씬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