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키토시(市)에 위치한 인티냔 박물관에서는 못 위에 계란을 세우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못 위에 계란이 쓰러지지 않고 잘 서는 이유는 이곳에 적도선이 지나기 때문이다. 노른자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무게 중심이 잘 잡히는 원리다. 같은 맥락에서 적도선 위에서는 물이 회전하지 않고 곧바로 세면대에서 수직으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목격할 수 있다. 에콰도르(Ecuador)라는 나라 이름도 스페인어로 ‘적도’를 뜻한다.
키토시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어 시간 날아가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시작된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달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생물다양성의 보고 갈라파고스에서는 푸른 발을 지닌 부비새와 코끼리거북 등 우리에게 생소한 동식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에콰도르는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이처럼 다양한 흥밋거리로 가득하다. 에콰도르는 한국과 1962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오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에는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양국 대통령과 외교장관이 축하 서한을 주고받았고, K팝 콘서트와 음악회, 한국 영화제, 태권도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양국 정부와 시민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기쁨을 나누는 한 해를 보냈다.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반영하듯 양국 고위 인사 간에는 꾸준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양국 정상이 뉴욕에서 만났을 뿐 아니라, 에콰도르 외교 장관과 통상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에콰도르 외교 장관이 한국에 방문해 양국 외교 장관 회담이 개최됐다.
양국은 국제연합(UN)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 등 다자 차원에서도 우호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에콰도르는 한국과 수교 이전인 1950년에 UN 비상임이사국으로서 6·25 전쟁 발발 시 북한의 남침에 반대하는 결의안에 찬성했으며, 1949년 중부 도시인 암바토에서 발생한 진도 6.8의 대지진으로 6000명이 사망하고 10만 명이 길거리에 나앉는 상황 속에서도 한국민을 위해 500톤의 쌀과 의료품을 지원한 우방국이다. 7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과 에콰도르가 함께 UN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경제적으로도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976년 현대차는 최초 고유 모델인 ‘포니’ 6대를 에콰도르행 배에 선적하며 수출을 시작했다. 지금이야 현대차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기업이지만 수십 년 전에는 위상이 지금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도 에콰도르는 이미 그 시절부터 우리의 공산품을 믿고 구매한 것이다. 아울러 에콰도르는 바나나와 새우, 카카오 등 농수산물의 세계적인 수출국이며, 남미 내 석유 매장량 3위의 산유국이자 태양광과 수력 발전과 같은 신재생 자원까지 갖췄다. 한국으로서는 상호 보완적인 분야에서 협력 잠재성이 큰 국가인 셈이다. 특히 2016년 시작된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협상이 지난해에 타결돼 조만간 협정이 발효될 예정이라서 양국 간 경제·통상에서 협력 증대가 기대된다.
양국 간에는 상호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다. 주에콰도르한국대사관은 키토에서 세종학당을 운영하고 바뇨스시 소재 3개 초·중등학교의 한국어 교육 사업 지원과 태권도 교육 사업 등을 통해 에콰도르 내 한국 문화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양국이 앞으로 수교 100주년, 200주년 그리고 더 먼 미래까지 두터운 우정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