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깜깜이 스드메’를 투명하게[로터리]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청첩장을 받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사랑이 만들어낸 새로운 삶의 시작을 보는 일이니 어찌 반갑지 않을까. 예전에는 청첩장을 받으면 예비부부의 부모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식이 장성해 한 가정을 일구니 얼마나 흐뭇할까 하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런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되고 나서는 예비부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서로 만나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하기까지 얼마나 힘든지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혼인율이 날로 떨어지고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인이 처한 상황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올해 4월 저고위에서 진행한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 의향이 있으나 미혼인 사유 1위가 ‘적당한 상대를 아직 못 만나서’였다.



지난달 8일에는 칠월칠석에 맞춰 열린 ‘나는 절로’ 행사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나는 절로’는 불교계가 진행하는 미혼남녀 만남을 위한 템플스테이인데 그날 열린 낙산사 편은 70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쟁률보다 더 돋보인 것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 보여준 그들의 진심들이었다. 설렘과 기대로 반짝거리는 청년들의 눈빛을 보며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걸 느꼈다. 이러한 인연들이 결혼으로 순탄하게 이어질 수 있게 이들의 앞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우는 것부터 정부가 제대로 챙겨야겠다고 다짐도 새로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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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건수는 감소하지만 웨딩 민원은 오히려 증가 추세다. 올 7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웨딩 민원 추이를 보면 웨딩 업체의 바가지요금부터 부당 계약, 부당이득 취득 등 다양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결혼으로 인한 경제적·심적 부담이 첫발을 떼기 전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예식장은 물론 웨딩 업계의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깜깜이 스드메’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표준약관은 물론 가격 정보를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서비스마다 추가 요금을 요구하고 이를 문제 삼아 계약을 해지하려 하면 오히려 과다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부조리한 일도 발생한다.

이에 저고위는 올 7월 말 열린 제2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결혼 준비 과정의 장애물을 걷어내는 것을 중요한 의제로 다뤘다. 정부는 결혼 준비 대행 업체의 불공정 약관을 개선하기 위해 직권조사를 추진하고 표준약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결혼 준비 서비스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등 시장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또 기업체나 학교 강당 등에서 저렴하게 결혼할 수 있도록 돕고 결혼 중개 업체의 온라인 서비스를 점검하는 등 예비부부가 순탄하게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결혼은 축복이고 한 가정의 탄생이다. 생명의 탄생이 경이롭듯 남남이었던 사람들이 만나 가정을 이루는 일 또한 경이로운 일이다.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만남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제 청년들에게 꽃길을 선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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