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캐스터블공업주식회사는 고온·고열에 강한 모르타르 같은 내화물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로 1964년 세워졌다. 오카야마현 비젠시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저출산·고령화, 지역 청년 인재 유출 등으로 신규 채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구인난 속에서 회사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 계승을 위해 정년 연장을 검토하던 경영진은 고용제도 정비에 나섰다. 그 결과 ‘63세 정년 및 취업 규칙에 따른 희망자 전원 65세까지 재고용’이던 기존 규정을 2019년 4월 ‘65세 정년 및 희망자 전원 70세까지 재고용’으로 바꿨다. 회사는 “고용제도 정비를 통해 직원들에게 ‘이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줬다”며 “퇴직 후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것에 불안함을 갖고 있던 고령 직원들이 특히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근로자들이 65세까지 고용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 중인 일본 내 상용근로자 21명 이상 기업은 99.9%에 이른다. 소규모 자영업 등을 제외한 사실상 일본 내 전 기업의 근로자들이 65세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도록 보장받는 셈이다.
일할 의욕을 가진 고령자라면 나이에 관계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평생 현역 사회’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일본은 기업들이 제도 정비에 나서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년 연장 등을 고려하는 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상담 및 제안을 하는 이들이 일본 고령·장애·구직자 고용지원기구(JEED)에서 활동하는 ‘70세 고용 추진 플래너’와 ‘고연령자 고용 어드바이저’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부터 고연령자들이 70세까지 일할 기회를 제공받도록 하는 ‘취업 확보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대기업보다 인사·고용 담당자가 적고 관련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은 특히 플래너 및 어드바이저의 방문을 반기는 편이다.
JEED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전역에 약 500명의 플래너와 어드바이저가 있으며 47개 도도부현에 각 4~60명이 배치돼 활동한다”며 “기업 인사·노무 담당 출신 또는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거쳐 채용한다”고 설명했다.
JEED에 따르면 지난해 플래너와 어드바이저들은 기업을 방문해 총 2만 8562건의 상담 및 조언을 진행했다. 이어 제도 개선을 제안한 건수는 8201건이며 제안을 받은 기업이 제도 개선을 검토한 비율은 68.9%에 이른다. JEED 관계자는 “플래너 및 어드바이저와 상담을 진행한 기업들은 ‘플래너의 조언 덕분에 고령 근로자의 처우 등에 관한 고민을 푸는 데 도움이 됐다’거나 ‘평소 생각지 못했던 사내 제도 개선 방법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취업 확보 조치’를 받아들인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6월 기준 상용근로자 21명 이상 기업의 29.7%가 이를 시행하고 있는데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JEED 관계자는 “고령 근로자가 활약하는 기업을 표창하고 각 지역에서 우수 사례를 발표하는 워크숍을 여는 등 ‘평생 현역으로 일하는 사회 실현’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