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의 과밀·노령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올 들어 9개월 만에 교정 의료 예산이 모두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수용 인원을 크게 웃도는 수형자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교정 사고도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법무부가 교도소·구치소 신축·이전은 물론 증개축까지 현재 추진하고 있으나 교정시설에 대한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 때문에 해결 방안 마련이 쉽지 않아 생계형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확대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무부 ‘2024 교정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올해 교정본부 의료비 예산 335억 원이 이달 현재 사실상 100% 소진됐다. 지난해 의료 집행 금액도 416억 6900만 원으로 예산(329억 2800만 원)을 크게 웃돌았다.
수용자 1인당 의료비가 2014년 30만 3445원에서 지난해 63만 6907원으로 두 배 이상 늘면서 교정 당국이 의료비 예산 부족에 빠진 모양새다. 법무부 측은 “자체 예산 절감으로 부족한 의료비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급한 불 끄기’에 불과할 수 있어 예산 증액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 교정기관 수용자 징계 건수가 3만 323건으로 2014년(1만 5541건)보다 2배 가까이 느는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징계 사유는 직원 및 수용자 사이 폭행이다. 지난해 수용자 간 폭행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6166건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3356건)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교정 직원에 대한 수용자들의 폭행 사례는 2014년 207건에서 지난해에는 848건으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교정시설 내 수형자에 대한 의료 비용 급증과 함께 폭행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 배경으로 밀집·고령화라는 고질병을 꼽는다. 초과밀 수용, 고령 수형자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폭행 등 교정 사고와 함께 의료비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 인원(미결수 포함)은 5만 6577명으로 수용 인원(4만 9922명)을 크게 웃돌면서 수용률이 113.3%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형이 확정된 수형자(3만 5007명·미결수 제외) 가운데 60세 이상 수형자는 6504명으로 17.1%에 달했다. 이순(耳順)을 넘긴 수형자는 2014년만 해도 2801명(8.4%)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마다 급증하면서 지난해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교정시설 내 고혈압·당뇨 환자가 각각 1만 1827명, 6657명으로 10년 전보다 2000~4000명가량 느는 등 치료·관리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과밀 수용이 이어지다 보니 떡잠(양쪽 어깨 붙이고 취침)이나 칼잠(90도로 누워서 취침)하는 경우가 많다”며 “냉방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샤워도 (하루) 한 번만 시켜주는 등 열악한 상황이라 상호 분쟁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수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예방·교정정책연구실장은 “가장 큰 원인은 과밀화인데 신설이 쉽지 않은 만큼 ‘나갈 수 있는 수용자’를 늘려야 한다”며 “이동·주거 지역을 제한하는 자택 구금이나 살인, 마약 등 흉악범을 제외한 생계형 범죄자에 대해 재범 위험성을 철저히 분석해 가석방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