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첫발 뗀 AI 생태계

이덕연 성장기업부 기자


“대기업에서 시도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사업으로 일궈가고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와 협업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 대표님께서는 언제든 제게 연락해 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이달 초 서울 모처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발표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한 LG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기업이 내부 자원을 외부에 공유해 새로운 연구개발·상업화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 담당자가 한 말이다. 그의 말이 미사여구로만 들리지 않은 것은 이날 행사를 찾은 대기업 직원이 비단 그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AI 스타트업이 각자의 사업 모델(BM)을 발표하는 이 자리에는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액셀러레이터(AC)뿐만 아니라 포스코홀딩스 등 다수의 대기업 관계자가 찾아와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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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날 기자에게 공통적으로 “대기업에도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필요하다”며 “AI 산업 전선에 어떤 기업·아이디어·인재가 있는지 살펴보고 싶어 왔다”고 전했다. 조직 규모가 크고 의사 결정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한 대기업 내부에서 모든 신사업을 직접 해볼 수는 없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가능성이 있으면 추후 협업하는 것이 대기업에도 이득이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뛰어난 사업 모델을 발표한 스타트업 대표에게 먼저 찾아가 장시간 대화를 나누는 등 열의를 보였다.

AI 산업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LG전자는 AI·슬립테크(수면 기술) 스타트업 에이슬립과 협업해 가전제품에 수면 품질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롯데건설은 음향 분석에 특화한 AI 기업 디플리의 솔루션을 활용해 중대 재해를 방지하고 있다. 대기업은 외부 아이디어·기술을 활용해 기존 제품을 고도화하고 스타트업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윈윈’ 사례가 쌓이는 중이다. 국내 AI 산업에서 혁신의 선순환이 발생하는 기업 생태계 구축의 가능성을 본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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