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실시되고 있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정부 인증 서비스 업체 두 곳 모두 2년 전 영업적자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의 이탈로 인해 불거진 시범사업과 내년 정식사업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평가데이터에 의뢰해 시범사업 참여 업체 홈스토리생활과 휴브리스의 기업 평가 보고서를 확인했다. 재무 분석 시점은 2022년이 가장 최근이다.
우선 2014년 설립된 홈스토리생활은 2022년 영업손실이 10억 7000만 원으로 3년 연속 적자였다. 매출액은 2020년 18억 원에서 2022년 24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휴브리스도 재무 상황이 나빴다. 이 기업은 2022년 영업손실이 6억 7700만 원으로 2020년의 2억 1100만 원보다 3배 늘었다. 두 업체 모두 2022년 기준 자본잠식에 빠졌다.
열악한 재무 상황은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임금 지연, 임금 체불 가능성을 키운다. 두 업체는 이달 초 가사관리사에 대한 교육수당을 제 날짜에 지급하지 못하기도 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두 업체가 자금 유동성이 부족해 수당 지급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우려되는 점은 두 업체가 국내 가사관리사 서비스 업체 중 상대적으로 경영 상황이 양호하다는 것이다.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관리사 업체는 100여 곳이다. 이 가운데 근로자 수가 5명 수준인 영세 업체도 적지 않다.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낮은 서비스 비용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비용 상승에 대한 고객 저항감이 크고 심한 업체 경쟁과 가사관리사 구인난 탓에 서비스 비용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 규모를 1200명으로 올해 시범사업보다 12배 늘린다. 적정 업체를 선별해 가사관리사의 고용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여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15일부터 시범사업 주체인 고용부와 서울시, 인증 업체와 연락을 차단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의 행방은 이날까지 오리무중이다.
서울시와 고용부는 이날 시범사업 참여 업체, 필리핀 가사관리사와의 간담회를 열고 주급제와 월급제 병행, 체류 기간 연장 검토 등 개선안을 논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두 업체의 경영 상황이나 서비스 질, 업계 평판은 전체 가사관리사 업체 중 손꼽을 수준”이라며 “가사 서비스 업체의 수익성은 특정 기업보다 이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