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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ROE로 갈린 '밸류업 지수'…KB금융 빠지고 삼전·하이닉스 편입

■ 거래소 100개 종목 확정

시장대표성·수익성 등 고려 선별

밸류업 조기공시 기업 특례 편입

"기존지수와 차별성 없다" 지적도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관련해 주요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관련해 주요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코스닥 100개 종목로 구성된 ‘KRX코리아밸류업지수’를 확정했다. 거래소 측은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업종별 편중을 두지 않고 고르게 종목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밸류업지수를 공개했다. 정 이사장은 “수익성과 주주 환원 등에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질적 요소를 기준으로 제시해 종목이 고르게 담기도록 선정했다”며 “기존 지수와의 차별성, 펀드 운용의 편의성, 지수 성과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100개 종목 중에는 정보기술(IT) 24종목, 산업재 20종목, 소비재 19종목, 헬스케어 12종목, 금융·부동산 10종목, 소재 9종목이 포함됐다. 시장별로는 코스피가 67개, 코스닥이 33개다.

IT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한미반도체·LG이노텍·리노공업·DB하이텍 등이, 헬스케어에서는 셀트리온·한미약품·클래시스 등이 각각 포함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100종목의 시가총액은 1000조 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지수 비중 15.0%), SK하이닉스(15.0%), 현대차(8.3%), 셀트리온(7.1%), 기아(6.1%) 등 상위 10종목의 비중이 67.3%다.
거래소는 종목 선정 기준으로 시총, 수익성, 주주 환원, 시장평가, 자본 효율성 등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위 400위 이내(약 5000억 원 이상)인 종목이 선정됐고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이 적자인 기업은 배제됐다. 또 2년 연속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고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산업군 내 혹은 전체 순위에서 50% 이내인 기업들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위 4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 중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우수한 기업들이 최종 선발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산업군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PBR과 ROE만을 평가 기준으로 해 은행업 등 일부 섹터와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대표 기업이 지수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 당장 저평가돼 있더라도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들을 추리기 위해 PBR 기준을 산업군별 상대평가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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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거래소는 밸류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밸류업 조기 공시 기업들을 특례로 편입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이 특례로 편입됐다. 반면 콜마홀딩스·에프앤가이드·에스트래픽·디케이앤디·DB금융투자 등은 수익성과 시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됐다.

거래소는 내년부터는 밸류업 공시 특례 기준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상무는 “내년 6월 리밸런싱 때는 밸류업 공시 우수 기업(표창 기업)은 특례로 지수에 2년간 편입을 유지하고 현재 지수에 포함됐더라도 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들은 선정 기준을 보다 깐깐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 발표로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꼽혔던 KB금융 등이 빠진 것도 눈에 띄었다. 거래소는 이와 관련해 “금융주가 저PBR로 관심을 받았지만 5가지 기준 적용 과정에서 제외된 종목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업종별 특성을 지나치게 고려하다 보니 수익성과 주주 환원 등에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금융투자 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상속세 문제 등으로 지수에 편입돼 주가가 오르는 게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국내 증시가 자본시장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주주로서 가치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밸류업에 대한 시장 신뢰가 부족해 향후 기업의 자율 공시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밸류업지수를 단순 시총 유동비율로 비중을 추정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각 15%씩”이라며 “기존 지수랑 차별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동헌 기자·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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