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U는 ‘입증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주는 개념이다. 회사가 근속 기간, 실적 등 일정 조건을 달성한 임직원에게 보상으로 지급하되 양도 시점은 제한한다. 일반적으로 의무 보유 기간은 3~10년이다. 주식은 분기·연 단위로 분할 배분하거나 수년 뒤 일괄 지급되기도 한다.
전 세계 기업들이 한때 각광을 받았던 스톡옵션을 대신해 RSU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유사한 주식기반보상제도인 스톡옵션과 비교해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대표적으로 스톡옵션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는 부여할 수 없고 수량도 발행주식 수의 10%로 제한된다. RSU는 부여 대상은 물론이고 수량 제약도 없다.
특히 RSU는 임직원 선호도가 높아 인재 유치 및 장기 근속 유도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주식의 전체 가치가 온전히 임직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행사 가능 시점까지 근로 의욕을 높이고 근속 연수를 늘리는 효과가 생긴다. 실제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한 업무 강도가 세졌지만 RSU를 적극 활용한 결과 임직원들의 퇴사율을 기존 5.3%에서 2.7%로 절반 가까이 낮추는 데 성공했다. RSU가 단순한 보상을 넘어 임직원의 몰입과 기업의 성장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금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래에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인 만큼 기업은 현금 보유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자본금이 충분하지 않은 초기 단계의 기업일수록 활용도가 크다.
특히 전문가들은 RSU와 같은 제도가 활성화되면 국내에서 유독 지지부진한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대기업이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목적은 창업자 등 C레벨급 인재를 확보하고 싶기 때문이다. RSU 활용이 벤처기업이 아닌 대기업에서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라며 “불확실한 미래에 놓인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대기업의 RSU를 보유할 수 있게 되면 스타트업의 스핀오프·스핀아웃 등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막상 활용하기에 여러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당장 대기업의 RSU 활용과 관련한 법적 기반 자체가 부재하다. 2024년 벤처기업법 개정으로 ‘성과조건부 주식교부계약’이 도입됐지만 벤처기업에 한정된 제도여서 산업 전반적으로 활성화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국내 대기업에서 RSU를 도입한 사례는 한화·두산·에코프로 등 일부에 불과하다. 앞서 올해 초 한화그룹은 RSU를 받은 부사장급에게는 7년 뒤, 대표이사급에게는 10년 뒤 주식 또는 주식 가치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급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16만 6004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만 5002주, 한화솔루션 4만 8101주를 RSU로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마저도 총수 일가의 지분율 확대 등을 통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에 LS그룹 주요 계열사는 올해 3월 이사회에서 RSU 제도 폐지를 의결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대기업들도 RSU와 같은 지분기반보상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 미국에서 RSU 제도가 지분기반 보상 방식 중 유독 가파르게 확산된 배경으로 2010년 도드프랭크 법 제정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련 규정 정비가 첫손에 꼽힌다. 제도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업, 경영진과 임직원, 주주 등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공통된 유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이다. 그 결과 빅테크 기업과 대형 상장기업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RSU를 활용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기업 중 지분기반보상제도를 채택한 기업의 비중은 95%에 이르며 이 중 RSU 제도를 채택하는 기업은 7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도 미국처럼 RSU와 관련한 법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미국처럼 독립성이 확보된 보상위원회가 RSU 관련 사항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최종 실행 여부를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하도록 하면 경영권 승계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재구 명지대 교수(전 한국경영학회 회장)는 “한국 상장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은 약 2000조 원으로 알파벳(구글)의 시가총액(약 2700조 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서 “미국은 물론 독일(43억 달러), 일본(16억 달러), 중국(23억 달러), 인도(8억 4000만 달러)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한국이 인재 유치 전쟁에서 뒤떨어진 것과 관련이 깊다. 지분보상제도 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른 이유”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