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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의료기기 시장진입기간 최대 6분의1 줄인다… 비급여·안전성·유효성 등 우려도

복지부·식약처, 개선방안 연내 확정키로

인허가·신기술확인 통과시 3년 비급여 허용

최장 490일 소요기간, 최소 80일로 줄게 돼

식약처는 선진입 대상 의료기기 품목 사전 고시


정부가 디지털치료제, 인공지능(AI) 적용 진단보조기기, 체외진단기기 등 신기술 적용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 절차를 대폭 줄인다. 최대 490일가량 걸리던 기간을 최대 6분의1 수준까지 줄일 방침이다. 의료기기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시장 진입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관련 업계는 개선 방안의 자사 제품 영향을 살피는 가운데 대체로 환영하는 모습이다. 다만 의료기기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신뢰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진입 기간을 줄여주는 대신 3년간 비급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의료기기 업체들의 비급여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작용이나 안전성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절차를 강화해 보완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진입 절차’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이 같은 방향을 공개했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발제에서 “새로운 의료기기가 식약처 인허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기술 여부 확인 절차만 거치면 최장 3년간 비급여로 이용 가능하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허가를 신청하는 업체가 희망할 경우 두 절차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것도 허용한다. 이 경우 소요 기간은 인허가 80일, 신기술 여부확인 30~60일을 합하면 최대 140일이다. 두 절차를 동시 진행하면 80일로 단축된다.



현재는 일부 비침습적 기기를 제외하면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인허가, 신기술여부 확인 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 건보 등재 등을 모두 거쳐야 한다. 해당 절차를 모두 거치면 최장 490일이 소요된다.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국들은 새로운 혁신적 의료기기에 대해 품목허가를 거치면 시장진입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공보험 등재 절차는 추가적 임상근거의 확보와 리뷰를 거쳐 진행한다.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와 건보 등재 절차를 3년간의 비급여 사용 기간이 지난 후 진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에도 의료기기를 비급여로 쓸 수 있으며 건보 급여 등재 여부가 결정되면 진료비를 재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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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시장 진입 절차 단축에 따른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식약처 인허가 과정에 임상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성홍모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유사·동등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문헌과 임상경험 데이터를 검토하는 등 국제 수준의 임상평가제도의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업계 이해를 돕기 위해 시장에 선진입할 수 있는 의료기기 품목을 미리 선정해 고시할 계획이다. 대상 품목은 정기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한 후 복지부, 식약처 간 협의를 거쳐 개정해 고시하고 품목 수는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메디컬에이아이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에티아’ 시리즈의 작동 화면. 심전도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서 특정 질환 가능성을 점수와 위험도로 표시한다. 사진 제공=식약처메디컬에이아이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에티아’ 시리즈의 작동 화면. 심전도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서 특정 질환 가능성을 점수와 위험도로 표시한다. 사진 제공=식약처


정부는 개선방안을 연내 최종 확정해 관련 시행규칙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시행 시점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 하반기 제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각계에서는 정부의 개선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권준명 메디컬에이아이 대표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한국도 변화해야 한다”며 “엄격한 인허가를 거쳐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신의료기기가 시장에 즉시 투입되면 소비자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할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전했다.

특히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임상평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의료인으로서 의료기기 검증 과정은 상당히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개발업체는 의료를 모르는 공학자가 대부분이며 검증 과정에 참여하는 수탁업체도 영세해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태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허가시 임상평가 강화를 통해 안전성을 사전에 더욱 담보하고, 부작용·환자안전사고·의료행위 오남용 우려 등에 대비해 의료기기 퇴출 기전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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