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운영개선소위에 회부했다. 야당은 탄핵소추를 앞둔 대상자의 자진 사퇴를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대통령실과 여당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25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을 상정하고 운영개선소위로 넘겼다. 국민의힘은 “일방적 회의 운영”이라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공동 발의한 거부권 제한 특별법은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해충돌 대상으로는 ‘대통령 본인, 배우자 또는 4촌 이내의 혈족·인척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경우’를 명시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가 연루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둔 법안이다.
여기에 법안이 헌법을 명백히 위반하거나 국가 재정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았다. 이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운영위 여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 권한을 법률로써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에 심각하게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야당 간사인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충분한 논의를 했고 협의를 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기관장이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하는 것을 막는 국회법 개정안도 소위 회부를 강행했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직무 정지를 피하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기 직전 사퇴한 사례를 겨냥한 법안이다. 운영위는 11월 1일 대통령실에 대해 국감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법사위는 김 여사를 비롯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편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기소를 권고하자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부를 싸잡아 공격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여사와 경제적 공동체인 윤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혹은 ‘포괄적 뇌물죄’ 여부에 대해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