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흠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대해 “감히 국가 운명이 달렸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본시장 내 투자의 선순환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들이 장판 밑에 쟁여놓은 돈을 풀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엄 사장은 우리 경제가 밸류업을 통해 자원 배분의 효율화·최적화에 힘써야 한다고 봤다.
그는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국가 경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동산이 아닌 주식시장을 키워야 기업도 성장하고 개인소득도 늘어나는 선순환을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관점에서 밸류업이 단순 주가 부양 계획 공시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엄 사장은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고 그 돈이 다른 곳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과감하게 자금을 풀어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종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봤다. 엄 사장은 특히 “상법 및 세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 상속 등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자사주 소각, 배당 지급 등 주주 환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 차원의) 압박이나 회유책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행 여부를 두고 논란인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금투세 도입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장 엄청난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올 하반기 들어 수익률 저하로 해외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이 (투자자 연쇄 이탈의) 방아쇠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올 하반기 미국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 장기화 등 어두운 경제 전망이 여럿 제시되며 코스피·코스닥을 막론하고 거래 대금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
엄 사장은 밸류업을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에 비유하며 “이 병아리를 잘 키워 암탉으로 성장하게끔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밸류업은 이미 시작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구조적인 경제 불황 타개 차원에서 정부는 물론 기업과 주주 모두가 힘을 보태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