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도 넘은 한국체육산업개발 노조위원장…9차례 금품수수에 인사 청탁 논란

경찰, 뇌물 혐의로 사무실 압색

외부업자와 1800만원 수뢰 정황

빈 조직도에 이름 쓰고 승급 요구

위원장 "돈 갚아…단순 금전관계"

KSPO돔 전경. 연합뉴스KSPO돔 전경. 연합뉴스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산하 ㈜한국체육산업개발(한체산) 노조위원장이 인사개입 및 청탁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체산 사업 관련 외부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정황도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조원 700여명으로 구성된 한체산 제1노조의 하 모 위원장에 대한 고소·고발장 4건이 서울 송파경찰서에 접수됐다. 경찰은 하 위원장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내 한체산 본사에 있는 노동조합사무실·인사팀 등과 하 위원장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2017년 처음 선출된 이래 현재 3번째 임기 중인 하 위원장은 지난 2021~2023년 수차례의 인사개입 및 청탁을 한 혐의를 받는다. 노조위원장 선출 전 총무팀 담당자로 근무하면서 외부 판매업자로부터 9차례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한국체육산업개발 로고㈜한국체육산업개발 로고


신치용 전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체산은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산하 기관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및 서울·분당·일산 올림픽스포츠센터 등 올림픽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미스터트롯 콘서트 등 대형 공연도 한체산이 관리하는 KSPO돔을 대관해 진행됐다.

한국체육산업개발 하 모 노조위원장이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한 인사 청탁 자료. 제보자 제공한국체육산업개발 하 모 노조위원장이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한 인사 청탁 자료. 제보자 제공



하 위원장의 혐의 중 인사 청탁 의혹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하 위원장은 지난 2021년 6월 당시 인사팀원이었던 A 씨를 노조사무실로 불러 직접 빈 조직도에 인사 대상자들의 이름을 기입하며 인사 반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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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정기 인사발령 시기때 노조위원장에게 호출을 받아 노조 사무실로 간 적이 있다”면서 “위원장이 회사 간부 이름을 회사 조직도에 자필로 적어 넣으면서 정기 인사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2022년 하반기 인사를 앞두고는 또 다른 인사담당자에게 ‘본인을 실장으로 보임시키면 노조위원장직에서 물러나 조용히 일만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해 6월,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B 씨를 찾아 전임직 승급 요구를 담은 자필 서류를 내밀며 반영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노조위원장이 승급 인원 14명 전체 이름을 적은 종이를 건내면서 인사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며 “당시 회사 대표에게도 노조가 요구하는 일반직 승진자 명단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 씨는 또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본인과 인사담당 직원, 그리고 대표한테까지 자신을 실장급으로 보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해당 문건과 같은 자료를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인사에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 자체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률사무소 정혜 박주화 변호사는 “청탁의 행위가 결과로써 완성돼야만 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며 “정당한 인사권의 촉구를 부정청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를 넘어서는 인사 과정에서의 개입이나 청탁은 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 위원장은 “대표이사가 3년 임기제로 오기 때문에 직원들을 잘 알지 못하고 인사부서에서 올라오는 대로 결재를 한다"면서 “이를 올바르게 가게 하기 위해 노조에서 목소리를 낸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한체산 관계자들은 하 위원장이 일부 직원들에 대해 회사 규정에 어긋남에도 경질 또는 직위해제를 요구하며 부당한 인사조치를 강요하는 등 노조에 밉보이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전 직원에게 퍼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체산 관계자 D 씨는 “인사 청탁에 관련해서 전 직원이 알고 있지는 않고 인사부서나 주변 부서 소수만 알고 있었다”면서도 “만약 노조를 탈퇴하면 인사 상 불이익이 있다거나 승진을 못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점으로 봐서 노조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직원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에는 하 씨의 금품 수수 내용도 포함됐다. 공연관람상품이나 완구류를 위탁 판매하는 업자로부터 금품을 제공 받은 혐의다. 외부 판매업자 E 씨는 한체산 사우회로부터 공연관람상품 및 완구류 판매를 위탁 받아 판매했던 인물이다. 하 위원장은 9차례에 걸쳐 E 씨로부터 1800여만 원의 금품을 제공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내부 감사가 진행된 후 올해 5월 인사위원회에서는 하 위원장을 해임 처분했다. 다만, 지난 6월 재심 끝에 정직 1개월로 감경됐다. 하 위원장은 "돈이 오고 간 것은 있는데 서로가 필요에 의해 잠깐 사용했다가 갚고 이런 상황을 소명했다”면서 정상적인 금전관계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하 위원장에게 돈이 들어온 시기는 그가 사우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총무팀에서 근무하며 공연관람상품 업체와 접촉하는 핵심 위치에 있었던 만큼 단순한 금전관계라였다는 하 위원장의 해명에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체산은 지난 6월 최종 인사위원회 개최 후 하 위원장에게 수뢰 혐의를 적용해 형사 고발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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