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칠라 가방으로 시작돼 10년 동안 이어온 콜롬비아와의 인연이 문화 외교로 확장될 줄 상상도 못했어요. 패션과 외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민간 외교관’으로 불리게 된 제 모습을 1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죠.”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주한 콜롬비아 대사 알레한드로 펠라에즈 로드리구에즈)으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한 김정아(사진) 스페이스 눌 대표이사(CEO)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감격에 벅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9일 김정아 대표는 최근 출간된 ‘라틴 아메리카의 보석, 콜롬비아’와 ‘모칠라 스토리’로 콜롬비아 문화를 알리고 양국의 문화와 경제 협력에 기여한 한편 두 나라의 우정을 강화한 것에 대한 공로를 인정 받아 콜롬비아 대사관으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했다. 남미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6·25 전쟁에 파병을 한 ‘형제의 나라’인 콜롬비아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설고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이 나라와 인연을 맺고 두 권의 책까지 펴낼 수 있었을까.
콜롬비아와의 인연은 2016년 여름 시작됐다. 시에나 밀러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화려한 색감의 ‘뜨개 가방’을 메고 다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이 ‘뜨개 가방’은 콜롬비아에서 가장 큰 인디언 부족인 와유족의 여인들이 만드는 전통 가방으로 ‘모칠라’라고 불린다.
한국에서도 ‘강남의 패셔니스타’ 고객들이 ‘모칠라’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그는 “색감이 너무 화려해 유행을 타는 모칠라를 팔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제가 운영하는 편집숍 스페이스 눌에서 ‘모칠라'를 찾는 고객들이 너무 많아 인터넷으로 주문을 넣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어 “그런데 수작업 특성 상 최소 6주를 기다려야 하고, 사진과 100% 똑같은 아이템이 도착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해 어이가 없었다”며 “바이어로서 6주를 허비할 수 없어서 정말 무식하게 콜롬비아로 날아갔다”고 덧붙였다.
‘황당한 주문서’를 보고 당장 날아간 콜롬비아 리오아차. 오직 제대로 된 가방을 사러 갔던 그는 뜻밖의 운명을 만나게 됐다. 과히라 사막에 사는 와유족 아이들을 안아보고, 가방을 짜는 여인들을 직접 만나면서 인문학자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너섐페인캠퍼스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도스토예프스키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번역한 도스토에프스키 작품은 ‘죄와 벌’ ‘악령’ 등 10여권이 넘는다.
인문학자인 그의 호기심은 결국 두 권의 책이라는 결과물까지 만들어 냈다. 그는 “와유족의 어린아이들을 만났고, 갓난쟁이 아이도 오랜 동안 안아주고 한 것을 계기로 그들의 문화적 전통적 의미 알리고 그 인세로 와유족 아이들을 돕기 위해 ‘모칠라 스토리’를 썼고, 이후 ‘라틴 아메리카의 보석, 콜롬비아’까지 두 권의 책을 펴냈다”고 설명했다. 책 두 권의 인세는 콜롬비아 아동 교육을 위해 전액 기부했으며 추가 인세도 콜롬비아 아동 교육을 위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