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동 전운 고조 속 네타냐후 "우리 때리면 누구라도 칠것"

귀국 연설…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 제거 "필수적" 주장

이란 향해서도 경고…"중동에 우리 손 안닿는 곳 없어"

중동 전운 고조에 서방 "충돌 자제·즉각 휴전" 촉구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28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존 입구 근처에서 레바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등 헤즈볼라 지휘부 초상화를 들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헤즈볼라 지지자들이 28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존 입구 근처에서 레바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등 헤즈볼라 지휘부 초상화를 들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망으로 중동을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나스랄라의 '제거'가 필수적이었다고 주장하고,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을 향해서도 정면 경고를 보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와이넷 등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영상 연설을 통해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의 중심, 핵심 엔진이었다"라며 "이스라엘, 미국, 프랑스 등 국민을 대거 살인한 이에게 보복했다"고 말했다. 나스랄라에 대해선 "그는 단순히 이란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이란을 움직이게 만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부 주민을 안전히 귀환시키고 역내 힘의 균형을 바꿔놓는 등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헤즈볼라에 대한 강한 공격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라는 결론에 이번 주 초 도달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스랄라가 만일 살아있다면 헤즈볼라의 역량이 빠르게 회복됐을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제거) 명령을 내렸고 나스랄라는 더는 우리 곁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 중인 자국 인질들의 귀환도 나스랄라 사망으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년 전 10월7일 우리를 공격한 적들은 이스라엘이 파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역사적인 전환점에 이른 지금은 위대한 날들"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란을 향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CNN방송에 따르면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아야톨라 정권에 말한다.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으며 오늘 여러분은 이것이 얼마나 진실인지를 이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적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우리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인질들을 되찾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그들을 잠시라도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군 수뇌부 회의를 열어 북부전선 공세 확대와 관련한 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는 나스랄라 사망이 확인된 이후에도 레바논의 잔존 헤즈볼라 세력을 향해 군사적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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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이스라엘군은 F-15I 전투기 편대를 띄워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다히예를 공습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이 공격으로 나스랄라가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고 헤즈볼라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중동의 전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인근 서방국들이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해결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우리는 분쟁 당사자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을 확인한다"며 국제 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영국 데이비드 래미 외무 장관 역시 미카티 레바논 총리와 통화했다며 "우리는 유혈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적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ARD 방송과 인터뷰에서 나스랄라 사망 이후 "매우 위험한 상황이 레바논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 안보 이익에도 절대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스랄라 사살이 이스라엘의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며 두둔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스랄라와 그가 이끈 테러단체 헤즈볼라는 지난 40년간의 공포 통치 기간 수백 명의 미국인을 살해한 책임이 있다"며 "그의 죽음은 미국인과 이스라엘인, 레바논 민간인 수천명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를 위한 정의의 조치"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및 기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모든 테러 단체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적은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외교적 수단을 통해 현재의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의 휴전 협상이 타결되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5일 미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유엔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21일간 휴전하는 협상안을 제시하며 확전을 막기 위해 외교전을 펼쳤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안을 거부하며 헤즈볼라를 타깃으로 한 공습을 이어온 끝에 전날 나스랄라를 제거했다. 헤즈볼라 남부전선 사령관 알리 카르키 등 일부 지휘부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며 "적과의 성전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에 맞서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 지원을 공언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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