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경쟁자 아우르며 '탕평'…"10월 중의원선거 치를 수도" 속도전

■윤곽 드러내는 '이시바 체제'

부총재에 '킹 메이커' 스가 임명

고이즈미 등 黨 요직·내각 중용

혼란 조기수습·선거 대비 의도

시장도 "선거 앞당겨 정책 실행"


다음 달 1일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하는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의 내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경쟁자들을 아우르는 ‘탕평 인사’로 당내 혼란을 신속하게 마무리한 뒤 다음 달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29일 아사히·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재는 당내 2인자인 부총재에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임명하는 등 당 주요 요직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가 전 총리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결선투표를 치르자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해 극적인 역전승에 기여한 ‘킹 메이커’로 꼽힌다.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재는 스가 전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에 기대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대 요직과 내각 인선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시바 총재는 자신의 경쟁자 8명 중 4명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 선거대책위원장에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임명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을 맡는 관방장관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유임시켰고 재무상에는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을 앉히기로 방침을 정했다.







당 총무회장직은 결선투표를 함께 치른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에게 제안했으나 다카이치 안보상이 거절하면서 아직 미정이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 안보상이 자신을 지지한 의원들의 요직 등용을 요구하고 있어 당내 불화가 가시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경쟁자들을 두루 요직에 기용한 것은 당내 혼란을 막고 중의원 조기 해산 및 총선거에 빠르게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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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재는 11월로 예상됐던 총선거 일정을 앞당기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날 일본 공영방송인 NHK의 ‘일요토론’에 출연해 “각료도 바뀌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고 판단을 위한 재료의 제시도 최대한 빨리 하고 싶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중 투·개표가 있을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장도 발 빠른 대응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차기 정부가 기시다 후미오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계승할지 아직 불투명하다”며 “시장은 조기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 실시로 정책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 선거 다음 날인 28일 닛케이 평균 선물의 야간 거래는 3만 7440엔으로 마쳤다. 이는 결선투표 개표 중에 마감한 27일 닛케이 종가와 비교해 6% 넘게 떨어진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번 주 일본의 주식시장이 급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시바 총재의 외교 방향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7일자로 미국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게재된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시바 총재는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창설하고 이러한 틀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등을 억제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인데 향후 중일 관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더 나아가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인 ‘비핵 3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시바 총재는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법적 특권을 인정한 미일지위협정을 ‘비대칭쌍무조약’이라고 지칭하며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미국 측에 강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이시바 총재의 제안은 미국의 주권과도 관련된 내용이어서 미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시바 총재는 NHK 인터뷰에서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도쿄에 북한의, 평양에 일본의 연락사무소를 두겠다”고도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가 납북자 문제를 포함해 일본과 북한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해온 것을 언급하며 이를 계승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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