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가 한국의 국방비를 현행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수준에서 3~3.5%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최근 미국기업연구소 주최 대담에서 “중국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할 때 우리가 함께 움직이면 중국을 밀어붙이고 봉쇄할 수 있다”며 한국 국방비 증액론을 꺼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당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년도의 6배에 가까운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구한 적도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에 전 세계는 총 GDP의 2.2%를 국방비로 사용했다. 전 세계 국방 예산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3.5%에 달한다. 경제 규모 확대로 국방 예산을 크게 늘린 중국의 국방비 비중은 1.6%에 이른다. 일본은 중국의 위협 확대로 지난해 국방비 비중을 1.19%까지 높였다. 북한은 GDP의 20%가량을 국방에 투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에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2024년까지 2%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NATO 회원국들은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방비를 속속 증액하고 있는데 올해 회원국의 3분의 2가 2%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헤즈볼라 등 시아파 무장 정파를 대상으로 싸우는 이스라엘은 2022년 GDP 대비 4.5%인 234억 달러의 국방비를 썼다.
한국은 올해 국방 예산으로 59조 4244억 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GDP 대비 2.47%이다. 전체 국방 예산 중 전력 운영·유지비가 70%가량을 차지한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의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주변국들이 넘볼 수 없는 안보 강국을 만들려면 우리 국방비를 증액하되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놓고 균열하지 않도록 정교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