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경기둔화 심화에 복귀 머뭇…중대법도 '리쇼어링 장벽'으로

■'유턴기업' 왜 안돌아오나

노동규제, 복귀 가장 큰 걸림돌 꼽아

수도권 보조금 낮고 입지규제 강력

높은 인건비·법인세 부담 등 영향

중소기업 중심 대상자 선정도 한계

유턴 안해도 마땅한 제재수단 없어

정의선(앞줄 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달 19일(현지 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쇼비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체코공장(HMMC)을 방문해 현대차 체코공장 현지 임직원들과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기아정의선(앞줄 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달 19일(현지 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쇼비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체코공장(HMMC)을 방문해 현대차 체코공장 현지 임직원들과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기아




정부가 고부가가치 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투자 보조금 예산을 기존 57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을 보유한 유턴 기업이 비수도권에 투자할 경우 보조금 지급률도 기존 21%에서 45%로 올라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해 각종 법인세를 최대 10년간 50~100% 감면해준다. 신규 고용 인원 인건비 80% 한도로 고용창출 장려금을 지급하고 해외사업장 구조조정 컨설팅 이용 시 최대 2만 달러(약 2600만 원)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 투자 시 기계 구입 비용을 비롯한 보조금도 2020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기업당 600억 원까지 가능하고 심의위원회에서 타당성 평가점수가 60점만 넘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유턴 기업 지원책들에도 현실은 딴판이다. 보조금을 받은 37개 기업 가운데 16곳(43%)이 보조금 약 2990억 원을 받고도 국내에서 조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당 보조금을 많게는 100억 넘게 받고 있지만 국내 투자와 사업은 하지 않거나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원 조항이 유턴 기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의위원회에서 장기간 투자가 요구된다고 인정되면 착공 신고일로부터 3년을 넘겨도 된다. 특히 기업 사정을 참작해 매년 1년 단위로 국내 사업 개시 시한도 연기할 수 있어 이를 악용하는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보조금) 제도에서는 보조금을 받고 빨리 국내에 돌아와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라며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보조금을 받고 일찍 국내로 들어와 투자할 유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업이 주로 유턴 기업으로 선정되다 보니 국내 복귀가 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13년 국내복귀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국내로 생산 시설을 옮긴 대기업은 단 3곳(2.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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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리쇼어링 정책의 실질적인 혜택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의 인건비가 주요국 대비 비싸기 때문에 일부 보조금을 받아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동자 부품만 해도 원가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중국 등에서 부품을 생산해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한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유턴은 꿈도 못 꾼다”면서 “아무리 보조금을 많이 줘도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제 혜택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단 투자를 한 다음에 나중에 (법인세) 공제를 해준다”며 “현대자동차 등이 생산기지를 미국에서 짓는 것보다 한국에서 짓는 것이 더 매력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노동 규제도 국내 복귀를 가로막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유턴을 결정하고도 막상 국내 노동 상황에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2022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외 진출 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3.5%는 리쇼어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해당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고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 규제(29.4%)였다.

이미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야당이 한 차례 발의했던 노란봉투법 등이 기업의 리쇼어링을 막는 대표적인 노동 규제로 언급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제대로 일할 사람도 없고 일을 시키는 데 있어서 강력한 규제가 많아서 기업들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며 “근로관계나 노사 관계를 극복할 정도로 혜택이 없는 상황이고 노동시장이 많이 왜곡돼 있다”면서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법인세 같은 세제 부담이 높은 점도 장벽이다. 지난해 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치면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여전히 24%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명목 법인세율은 26.5%로 전 세계 141개국 중 44번째인데 미국과 프랑스, 이스라엘 등보다 높다.

수도권 입지 규제도 한몫한다. 유턴 보조금의 경우 수도권에 설비투자를 하면 보조금 지원 비율이 11%에 그친다. 반면 수도권 이외의 지방은 지원 비율이 24%로 급격히 올라가고 산업위기대응지역의 경우 44%로 매우 높은 편이다. 수도권에 설비투자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비수도권에 비해 보조금 지원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기업들의 수도권 리턴 유인을 크게 낮추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지역 공동화 현상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업들은 수도권을 벗어나서 잘 안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종=배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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