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 핵보유국’ 망상 깨고 중러 ‘완전한 비핵화’ 건설적 역할 촉구해야


북한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망상을 키우고 있다. 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24일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놓은 데 대해 “우리가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제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처음 공개한 북한은 18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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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메시지 혼선은 북한의 오판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6일 “북한이 30~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국제사회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북한 비핵화’ 개념에 대해 “종결된 이슈”라고 말해 김정은 정권의 망상을 부추겼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새 정강정책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도 불필요한 억측을 낳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핵무기 등을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재집권 시 북한과의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을 거론했다.

북한의 핵 폭주는 한반도 주변 안보·평화의 최대 위협 요인이다. 중국은 25일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44년 만에 태평양을 향해 시험 발사했다. 다만 28일 한중 외교장관이 올해 11월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내년 한국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북핵 억제 공조를 위한 호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 맞교환 협상을 배격하고 완전한 북핵 폐기 원칙을 고수하면서 중국·러시아 등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고 시간을 벌어준 패착을 반면교사로 삼아 미국의 핵우산 강화와 자체 핵잠재력 증강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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