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139480)의 신세계건설(034300) 공개매수를 주관하고 있는 신한투자증권 창구에서 공개매수 발표 직전 대량 매수 주문이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개매수 발표 전부터 거래량과 주가가 크게 오르는 내부자거래 정황 증거가 계속 발견되고 있지만 당국이 제대로 조사에 나서지 않아 이런 상황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신한증권 창구를 통한 신세계건설 매수 체결량은 총 5041주를 기록해 국내외 증권사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27일 전체 매수량 중 18.96%가 신한증권을 통해 체결됐다. 이에 앞서 13일에도 신한증권 창구를 통해 신세계건설 주식 총 6929주의 매수 주문이 체결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최근 뚜렷한 호재가 없었던 신세계건설은 13일을 기점으로 주식 거래량이 폭발하고 가격도 크게 상승해왔다. 실제 13일부터 공개매수 발표 전날인 27일까지 10영업일간 주가는 30%가량 올랐다. 또 최근 5영업일 평균 거래량도 2만 4300여 주를 나타내 8월 일평균 5910주 대비 4배 이상 폭증했다. 신세계건설 주가는 이날 13.15% 상승한 1만 8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는 신한증권이 이번 공개매수 주관사로 나선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주관 증권사 창구를 통해 대량 매수세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신한증권은 신세계건설 최대주주인 이마트를 대리해 이날부터 10월 29일까지 신세계건설 지분 27.33%(212만 661주)에 대한 공개매수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제시가는 27일 종가 1만 6050원 대비 14% 높은 1만 8300원으로 정해졌다.
신한증권이 아직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구비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최근 공개매수 거래를 독식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이나 후발 주자인 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이 속속 온라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가격 프리미엄이 반영돼 정보를 미리 알고 매수하면 무조건 자본 차익을 얻는 구조”라며 “온라인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은 증권사가 주관사로 나서고 이 창구에서 대량 매수세가 확인됐다는 것도 특이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은 “미국의 빅컷으로 인해 건설주가 반등한 시기였고, 누적매수금액은 다른 증권사 3곳도 많았다”며 "13일 순매수는 외인창구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시장은 올해 다수 공개매수 거래에서 사전 매매 정황이 나왔다는 점에서 감독 당국의 책임론을 거론한다. 실제 올해 공개매수 종목 중 쌍용C&E와 락앤락(115390)·신성통상(005390)·커넥트웨이브 등에서 사전 매매로 의심되는 패턴이 잇따라 포착됐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아직까지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이 공개매수 관련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을 면밀히 감시하겠다고 밝힌 데 시선이 쏠린다. 이 원장은 “공개매수자·대상회사·사무취급자는 공정 경쟁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을 향해 메시지를 낸 것이지만 내부자거래를 면밀히 감시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