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한·슬로바키아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슬로바키아의 정상과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피초 총리가 한국을 찾은 건 첫 번째 총리 재임 당시였던 2007년 이후 17년 만으로, 2018년에는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방한한 적이 있다.
두 정상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과 피초 총리는 1993년 외교관계 수립 이래 30년간 양국 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며 자유·인권 등 공동의 가치 아래 교역·투자, 에너지, 방산 등 핵심 분야에서 더욱 긴밀한 협력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공동성명에는 경제협력협정,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 제도적 기반의 최대한 활용해 교역을 늘리고, 인공지능(AI)·녹색기술 등 미래 분야로 협력을 촉진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현지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연구개발(R&D) 운영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지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파트너십의 새 시대가 열렸다”며 “슬로바키아는 아시아 중 우리와 최초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비세그라드 그룹 4개국(V4, 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헝가리) 모두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게 됐다.
두 정상은 에너지·기술 등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도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별도 문건을 체결했다. 먼저 양국은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수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산업, 교역, 공급망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경제 협력 추진에 대한 의사를 담을 문서다. 호혜적·안정적 기조 아래 양국의 교역액을 지속 늘려가자는 정부 차원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양국의 교역액은 2020년 30억 8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9억 500달러로 늘었다.
포괄적 에너지 협력 MOU도 맺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체계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원전,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 협력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슬로바키아 정부가 지난 5월 야슬로프스케 보후니체 원전 단지에 5호기인 1200MW(메가와트) 원전을 신규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한 가운데 이 문서를 발판 삼아 원전 협력 범위가 체코를 넘어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전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방침이다. 피초 총리도 “원자력 분야 협력에 있어 긍정적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욱 더 깊은 논의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피초 총리는 한반도와 유럽의 안보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피초 총리는 북한의 정세 불안정 행위,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