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변동형 주담대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낮아진 금리가 반영돼 금융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주문에 은행들이 고정형 상품 금리를 내리며 유도하고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정금리가 유리하지만 금리 인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경우 변동금리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0~6.69% 수준이다. 고정금리(연 3.64~6.04%)와 비교하면 변동금리 하단과 상단이 각각 0.86%포인트, 0.65%포인트나 높다.
통상 변동금리 대출은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은행들이 만기를 짧게 잡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고정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낮다. 반면 고정금리 대출은 만기가 5년, 10년 등 길어 장기 금리 리스크에 따른 가산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현재 금융권에서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기조에 은행들이 변동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올려 고정금리 주담대 선택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 관리를 위해 은행권에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을 늘릴 것을 강조하고 있다. 10~30년에 달하는 장기간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하는 만큼 금리 변동 영향이 적은 고정금리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 7월 기준 국내 은행들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96.4%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포인트나 확대된 수치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지만 금리 인하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변동금리 상품이 고정금리보다 유리하지만 실제 대출 현장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어서다.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당국 기조에 부응하는 은행들의 금리 정책에 따라 교과서와는 다른 금리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감만으로 변동형을 추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정형 주담대는 안정적인 상환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당국이 고정형 상품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은행별로도 고정형과 변동형 상품의 금리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달리 해 소비자들을 고정형 상품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원금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주담대는 예측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최근 차주들도 고정형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빠르게 하락해 변동형과 고정형의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확대되지 않는 한 고정형 선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를 경우에는 달라질 수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금리가 중장기금리보다 국채 이자율도 높은 상황”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것은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는 다시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낮아지게 된다”며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훨씬 가파르게 떨어질 경우 변동금리로 대출 받은 후 금리가 다시 올라가는 시기에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