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현상이 한국과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고 그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일본 사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IT미디어비즈니스가 최근 보도했다.
조용한 사직이란 실제로 사직을 하지는 않으면서 최소한의 업무만 하겠다는 태도로 직장을 다니는 것을 뜻한다. 내게 주어진 기본 업무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워크스타일 연구가인 가와카미 게이타로 씨는 "조용한 사직이라는 표현은 새롭지만, 일을 인생의 중심에 두지 않는 가치관을 가진 직장인들은 예전부터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라는 강렬한 광고 문구가 유행했던 맹렬한 샐러리맨 시대와는 정반대에 위치하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가와카미 씨는 조용한 사직에 대한 인식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거의 일을 하지 않고 태만한 자세로 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업무만 수행하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 태도다. 그는 후자가 본래 조용한 사직의 의미에 가깝지만, 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용한 사직 현상을 둘러싼 상황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면 '원만형', '여유형', '유사 태만형', '진정 태만형'으로 나눌 수 있다.
원만형은 회사와 직원 모두 최소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경우다. 여유형은 회사는 최소한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보지만 직원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유사 태만형은 회사는 최소한의 업무도 하지 않는다고 보지만 직원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며, 진정 태만형은 양쪽 모두 최소한의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경우다.
가와카미 씨는 "원만형을 제외한 나머지 유형은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유형별 대처 방안도 제시했다. 여유형의 경우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지쳐있거나 슬럼프에 빠진 상황일 수 있어 시간을 두고 회복을 기다리거나 이직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사 태만형은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 내용을 명확히 전달해 직원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진정 태만형의 경우 해고를 포함한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용한 사직이 직원들에게 최적의 근무 방식을 탐색하는 시간을 확보하거나 심신의 상태를 정비하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용한 사직이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기 위한 조정 기간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조용한 사직이 이슈가 되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 10명 중 3명 꼴로 ‘조용한 사직’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2022년 5~6월 중앙행정기관 소속 일반직 공무원 1021명을 대상으로 가치관 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32.52%(332명)가 조직이 원하더라도 추가적인 직무를 맡을 용의가 없는 조용한 사직 상태였다. 이들을 둘로 나눠 보면, 전체의 25.66%(262명)는 공직을 그만두고 이직할 생각이 있으면서 당장은 조용한 사직을 하고 있었다. 6.86%(70명)는 공직을 실제로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조용한 사직 상태로 주어진 일만 하고 있었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수록 조용한 사직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공무원들은 ‘상급자들의 모순적인 요구나 지시를 받는다’ ‘공식적인 업무 책임과 가치간의 차이로 내적 갈등을 겪었다’ ‘담당 업무와 책임이 과중하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