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가 지역·공공·필수의료 분야 의사 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한의사들에게 2년간 추가 교육을 거쳐 해당 분야에 한정한 의사면허를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 간 유사성이 75%에 이를 정도로 한의대생들도 의대에서 가르치는 상당부분을 배우는 만큼 추가 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의사 수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의사 추가교육을 통한 의사 부족 조기 해결방안’을 공개했다. 윤 회장은 “의대 증원이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빨라도 6년, 군복무까지 고려하면 최대 14년이 걸린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역·공공·필수 한정 의사면허’ 제도 신설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의협이 내놓은 안은 한의대 6년 과정을 졸업한 한의사 중 지역·공공·필수의료 등에 뜻이 있는 300~500명을 시험으로 선발해 2년간 추가 교육을 거쳐 의사면허를 주는 것이 골자다. 추가 시험을 거쳐 면허를 받으면 지역 공공의료기관 및 필수의료 분야에서만 근무하도록 한정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내놓은 ‘계약형 필수의사제’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이들은 5년간 우선 시행한 후 향후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하고 교육기관은 의대·한의대가 모두 있는 경희대·원광대·동국대·가천대·부산대(한의학전문대학원)에 국한하되 의사 국시를 통과하면 의사면허를 주자는 등 구체적 내용도 공개했다.
윤 회장은 이게 가능한 근거로 한의대와 의대의 교육 커리큘럼이 75%가 유사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의대에서 이미 해부학, 진단, 영상의학, 방사선학 등을 다 배우고 있고 생리학, 병리학 등 양방의 기초 과목들까지도 교육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국내 한의대 졸업생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립의대 본과 3학년에 편입할 수 있으며, 러시아에서는 한의대 학위를 현지 의대 학위로 인정하고 있다. 윤 회장은 중국, 대만 등 양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하는 국가들은 모두 추가 교육 기간을 거쳐 동시에 면허를 보유할 수 있는 제도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의협은 이 방안을 시행할 경우 의사 수급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대 정원 증원보다 4~7년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짧은 기간 필요한 지역·공공·필수의료 의사가 배출될 수 있다면 2026학년도 이후에는 의대 정원 증원 폭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안을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모두 제시할 예정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제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효율과 기간 단축을 중시한다면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여당에서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사 단체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차피 의사 수가 늘어나야 할 상황이라면 의대 정원 증원 폭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협의체 구성이 거론되는데 지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의사 대표까지 포함해 여야한의정 협의체로의 확대 운영을 제안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젊은 한의사들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 “모든 한의사가 희망하는 건 아니고, 지역공공필수 의사로서 일하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진 이들의 도전이 돼야 한다. 원한다면 충분히 지원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문의약품 사용, 진단기기 사용 등이 제한돼 있어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이렇게 공부를 해서라도 활용하고 싶어하는 한의사들의 수요가 있고, 시험을 거쳐 합격해야 하니 우리 생각에는 졸업한지 얼마 안 된 한의사들이 신청하지 않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