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세계 1위는 역시 달랐다… 메모리 열풍 전망한 골드만삭스 보고서 [줌컴퍼니]

모건스탠리 '반도체 겨울' 전망에

골드만삭스는 정반대 분석 내놔

HBM은 내후년까지 수요 초과

中도 내년까지 선단 D램 진입불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지난 9월 15일, '반도체 코리아'를 발칵 뒤집은 38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하나가 발간됐습니다. 바로 미국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MS)가 내놓은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MS는 이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은 투자는 과장돼 있으며 당연히 AI 칩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메모리 칩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봤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같은 우울한 전망이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보고서 발간 직후 전세계 3위 메모리업체인 마이크론의 2024 회계연도 4분기(6~8월) 깜짝실적을 발표한데 이어 SK하이닉스까지 5세대 HBM3E 12단 양산 및 엔비디아 공급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겨울론을 잠재웠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부족하기는 커녕 메모리가 부족할 판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마음 속 한구석에 찝찝함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 2번은 맞는 게 세상 이치이고 때로는 어리석어보이는 주장이 시간이 흘러 선견지명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MS보다 1단계 위인 세계 1위 IB 골드만삭스(GS)의 리포트를 준비해봤습니다. 이 리포트는 MS 보고서가 나온 뒤 9일 뒤인 지난달 24일 발간됐는데요. 밑줄 치며 읽어낸 GS의 리포트를 독자 여러분께 전달드리겠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전경. AFP연합뉴스뉴욕증권거래소 내부 전경. AFP연합뉴스


GS는 메모리 다운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네 가지 측면에서 촉발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HBM 공급과잉 ②스마트폰 등 IT 기기 판매 부진에 따른 D램 수요 부족 ③재고 확대 ④중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 확대 입니다.

우선 HBM 공급 과잉부터 보겠습니다. GS의 생각은 단호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We don't think so)"라는 겁니다. 내년 HBM 공급량은 188억 GB 규모로 수요(193억 GB)에 미치지 못하고, 초대형 클라우드 서버업체의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60% 급증할 것으로 봤습니다.

HBM의 수율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HBM의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기술적 난도 역시 올라가 수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 메모리 공급량이 상승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겁니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가세와 이에 따른 공급 과잉 가능성도 일축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선단칩인 5세대 HBM3E의 시장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수급 밸런스가 맞아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GS는 이번 보고서에서 전체 HBM 시장 내 HBM3E의 비중을 기존 52%에서 70%로 높여 잡았습니다. 빅테크 및 클라우드 업체들이 더 빠르게 더 성능이 좋은 메모리를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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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시장은 양극화가 일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현재 D램 시장은 비교적 구형 칩인 DDR4와 신형 칩인 DDR5로 나뉘어있는데요. GS는 "중국 IT 업체를 중심으로 DDR4 칩의 재고가 늘어나고 있어 수요 둔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게 맞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DDR5에 대해서는 전망을 달리 했는데요. DDR5나 저전력LPDDR5는 재고가 과거 재고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고 AI PC와 서버부문의 수요를 고려하면 점차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는 생산능력 측면에서 압도적 1위인 삼성전자에 반가운 소식입니다.

삼성이 엔비디아에 대한 HBM3E 검증에 실패해 → 생산역량을 D램에 집중하면서 → D램 부문 공급과잉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GS는 "가능성이 낮다"고 봤습니다. 기본적으로 4분기부터는 엔비디아에 대한 HBM 공급이 시작될 것이고, 설령 퀄(품질 검증)에 실패하더라도 D램 생산라인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게 GS의 전망입니다.

또한 전세계적인 재고수준도 D램이 6~8주, 낸드가 8~10주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반도체 다운사이클 당시 20주 이상이었던 재고레벨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GS는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한 대학생이 자체 생산한 칩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중국의 한 대학생이 자체 생산한 칩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중국산 D램 굴기에 대한 우려입니다. 중국 메모리업체인 CXMT가 이같은 우려의 진앙지입니다. CXMT는 2020년 월 4만 장(웨이퍼 기준) 수준이던 D램 생산능력을 현재 월 20만 장으로 늘려 생산량 기준 전세계 4위 업체로 발돋움했습니다.

문제는 역시 기술력입니다. GS는 "CXMT는 현재 주로 DDR4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내년까지도 DDR5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직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와 대적할 수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구형 D램인 DDR4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앞세워 파이를 차지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통상 중국이 시장을 장악할 때는 기술난이도가 낮은 시장부터 침투해 고난이도 제품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여기에 한가지 변수가 추가됐습니다. 바로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기술 제한입니다. 구형 D램에서 선단 D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수적인데 현재는 신규 장비 반입은 커녕 기존 장비 수리도 어려운 게 중국의 현실입니다. 11월 펼쳐질 미국 대선 결과 및 차기 대통령의 행보에 한국과 중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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