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내년도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수십년 간 의대 교육 파탄을 피할 수 없다며 “2026학년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말한 데 대해서는 처음 보여주는 “긍정적 변화”라면서도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나 여야의정 협의체 등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30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어 “2025년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026년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달라”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다. 계속되는 질문에 최 대변인은 “의협은 지금이라도 재논의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정부에서 안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면 내년 7500명 교육은 확정”이라며 “내년에 있을 교육 파탄과 의료 시스템 붕괴를 어떻게 할지 답을 달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의료대란 사태는 결코 우리 전공의들 탓이 아니다. 복지부에서 의제제한 없이 논의하자며 2025학년도 증원은 철회할 수 없다는데, 의제 제한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명확히 해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정원을 포함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부가 공식 발표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수급추계 위원회에 의료계 등 공급자단체 추천 위원을 과반으로 구성하겠다고 하지만 의결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종 의사 수 결정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의협 측 생각이다.
최 대변인은 “자문이 아닌 의결 기구로서 기구 구성과 운영이 철저히 전문가 중심으로 돼야 한다. 그 논의 과정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참여 조건을 내걸었다. 현 구조에서는 “다시 들어갈 이유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협은 지지부진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논의를 하더라도 2020년 9·4 의정 합의처럼 버려지지 않고 적용 가능하다는 신뢰가 있어야 들어간다”고 밝혔다. ‘9·4 의정 합의’는 정부와 의료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중단하며, 이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합의를 말한다.
다만 의협은 조 장관의 ‘미안한 마음’ 언급에 대해서는 “긍정적 변화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조 장관께서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처음 표현한 데 대해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사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