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건설산업 부패 사슬을 끊기 위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공공부문 부패 더 심각 직시

입찰 절차·결과 전과정 공개 등

부당한 이익 개입여지 없애야





올 3월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이 발주한 감리 입찰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감리 업체 대표와 심사위원인 전직 교수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한민국 건설 산업의 부끄러운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건설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건설 산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산업보다도 크다. 건설투자 1억 원이 생산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측정한 생산유발계수는 2.2로 전 산업 평균 1.8보다 월등히 높다. 건설투자 1억 원이 창출한 고용유발계수는 0.6으로 제조업의 0.5보다 높다. 이렇듯 건설 산업은 ‘고용의 원천’이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패 이미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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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산업에 ‘자정 능력’은 있기나 한 것일까? 현재로서는 비관적이다. 작금의 건설 산업의 부패를 목도하고 정책 당국이 내놓은 정책 대안은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 조달청은 현재 7000명 규모의 평가위원을 1만 명으로 늘리고 평가위원의 60세 정년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평가위원 숫자가 부족해 건설 산업에 부패가 만연한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정책 대안도 함량 미달이다. 공공공사 낙찰자를 결정하는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를 개편하는 내용인데 이를 위해 ‘제2기 종심제 통합평가위원회’ 316명에 대한 구성을 마쳤다고 한다. 개선책으로 제2기 평가위원회에 40대 비중을 38.6%로 1기에 비해 2배 이상 끌어올렸고 건설 심의에 참여한 적이 없는 신규 위원을 대폭 편입시켰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세대 간 갈라치기’나 다름없다. 부패 환경에 노출되면 40대이든 신규 위원이든 부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건설 산업의 부패는 민간 부문에 비해 공공 부문의 부패가 훨씬 구조적이고 심각하다. 그동안 공공 부문(공무원)이 각종 프로젝트의 ‘심사와 선정’을 위원회 중심으로 수행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심사 및 선정과 관련된 리스크를 외부에 전가함으로써 책임을 면탈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경제학의 제1의 원칙은 ‘모든 개인은 유인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즉 자기 이익에 부합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패를 줄이려면 ‘부패의 여지(환경)’를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투명성을 강화해 부당한 이익이 개입할 여지를 줄여야 한다. 입찰 공고부터 평가 기준, 평가 결과 등을 공공 웹사이트에 게시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선정 절차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입찰 과정과 위원회의 논의 사항은 회의록에 남기고 결정 사항은 문서화해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위원회 구성에는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전문가와 외부 인사를 포함해야 한다. 위원회 구성원이 선정 대상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이를 신고하게 하고, 이해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해당 위원을 의사 결정에서 배제해야 한다. 심사 및 선정 과정이 끝난 후 독립된 외부 감사기관이 선정 과정을 철저히 검토해 부정행위나 절차적 오류를 점검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위원회 구성원의 부패 행위가 적발될 경우 ‘1회 위반’만으로도 전문 직업 세계에서 축출시켜야 한다. 부패는 사회적 신뢰자본과 산업의 자존심을 갉아먹는 독극물이자 마약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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