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2년부터 미국 공화당에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지원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으나 당초 알려진 것보다 기부액 규모가 크고 후원 과정도 은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2022년 가을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선임보좌관이었던 스티븐 밀러가 연관된 ‘상식을 위한 시민들(Citizens for Sanity)’이라는 단체의 홍보 캠페인에 5000만 달러를 후원했다고 보도했다.
밀러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민정책과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단체는 트랜스젠더 아동 의료 문제와 불법 이민 문제 등을 소재로 민주당을 공격해왔다. 머스크는 첫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 중 한 명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며 자신과 연을 끊은 후 정치적 올바름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WSJ는 머스크가 2023년에는 공화당 경선에 참여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도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경선 초기 디샌티스를 공개 지지해왔으나 구체적인 후원액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머스크는 공개적인 후원 대신 사회복지기관 등 유한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치자금을 지원해왔다고 한다. 이 단체들은 정치 기부금 내역을 밝혀야 하지만 구체적인 기부자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WSJ는 공화당 컨설턴트들과 변호사들이 머스크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도왔다며 거래에 관여한 사람들이 암호화 메시지 앱 ‘시그널’을 통해 소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올해 초 디샌티스가 사퇴한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특별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슈퍼팩)를 구성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WSJ는 “머스크는 과거 민주당에 투표해왔으나 최근 들어 성향이 바뀌었고 이번 경선에서 그가 후원한 첫 대선 후보는 트럼프가 아닌 디샌티스였다”며 “트럼프의 열렬한 팬은 아니라고 말하던 머스크가 트럼프를 신뢰하게 된 것은 올 4월 이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