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이하 현지 시간) 기자가 찾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철의 도시(iron city)’ 피츠버그. 쇳물을 따라 노동자가 몰리던 이 도시는 철강 산업이 쇠락하면서 활기를 잃기 시작했고 펜실베이니아는 위스콘신·미시간과 함께 러스트벨트(rust belt)로 전락했다. 대선의 승패를 가를 최대 경합주라는 평가답게 이곳의 민심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이날 기자가 만난 대학생 크리스 크레이머 씨는 “트럼프는 미국을 역사에서 완전히 후퇴시킬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반면에 제즈리 프렌드 제조업기업협회 부사장은 “트럼프 1기 때의 경제정책은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더스틴 베토리약 씨는 “당선 가능성은 50대50”이라며 “펜실베이니아의 민심은 극과 극으로 갈라져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달 5일 미 선거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해리스는 미시간·네바다·위스콘신에서,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이들의 지지율 격차는 모두 2%포인트 미만이다.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두 후보가 동률을 보이고 있다. 미 공영방송사인 NPR과 PBS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해리스는 적극 투표층에서 50% 대 48%로 트럼프에게 2%포인트 앞섰지만 오차범위 안에 있다. 전국 지지율에서 해리스가 우위에 있지만 4년 전의 조 바이든 대통령만큼은 리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현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2000년 당시 민주당의 앨 고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의 대결 때처럼 수백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초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두 후보는 경합주를 잡기 위한 뜨거운 유세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자신이 총격을 당한 펜실베이니아 유세 현장을 다시 찾은 트럼프는 “나는 여러분들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싸우자”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해리스는 허리케인으로 쑥대밭이 된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했다.
한편 이번 대선은 두 후보의 외교·경제정책 노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우리나라의 안보 및 통상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시 어떤 일을 단행할지 모르기 때문에 한국은 경제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