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자산관리 특화 점포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금리 인하로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액 자산가 대상 자문 서비스 등 영역을 확대하며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이들은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 12월까지 도곡역 인근 린스퀘어빌딩에 ‘KB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3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KB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는 30억 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 대상 자산관리 특화 점포다. 도곡점이 오픈하면 올 4월 반포에 이어 올해만 두 개의 지점을 개점하게 된다. 도곡점은 인근에 타워팰리스, 도곡 렉슬 아파트 등이 자리한 내로라하는 부촌인 만큼 국민은행은 금고 대여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등 차별화된 자산관리를 통해 고액 자산가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의 고객 대상 특화 점포를 2026년까지 20곳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을 갖고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압구정동에 일곱 번째 자산관리 특화 영업점인 ‘투체어스W’를 오픈했다. 이 밖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클럽원’ 등 특화 점포를 확대하며 자산관리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의 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는 가입 기준이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으로 30억 원인 다른 은행의 가입 기준보다 높다.
고액 자산가 대상 특화 점포들은 가업승계·상속·세무·자산운용 자문은 물론 사교 모임 주선 등 고객에 맞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결혼정보 업체 가연과 손잡고 ‘투체어스 익스클루시브’ 등급 고객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남녀 간 만남을 주선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하나은행 역시 20여 년간 단체 맞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투자 컨설팅 등 단순 자산관리 형태에서 벗어나 개인·가문·기업의 생애 주기별 자산관리 서비스 및 다양한 모임과 문화행사의 차별화된 경험 공간을 제공하는 추세”라며 “VIP 대상 점포는 비이자이익 창출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슈퍼리치’ 공략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29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늘었다. 2022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8.8%, 2023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2.2% 증가한 것과 비교해 줄었다. 올해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3조 4000억 원 규모로 아직 이자이익에 비해 크게 적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