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물이나 대상, 사회적인 이슈 등에 편견이나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주홍글자’처럼 끈질기게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다.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도 오해를 이해로 돌려놓으려 해도 부정적인 평가가 계속된다. 이른바 낙인효과(stigma effect)다.
한 번 찍힌 낙인은 지우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2023년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9~34세 청년 가운데 결혼을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은 10년 전(56.5%)보다 20%포인트 낮아진 36.4%에 불과했다. 이 중 53.5%는 “결혼을 해도 자녀가 필요 없다”고 답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해 5월 발표한 ‘2024년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만 25~49세 무자녀 남녀의 57.5%는 출산 계획이 없었다. 이유를 보면 ‘임신·출산·양육이 막연히 어려울 것 같아서(40%)’가 가장 많았다. ‘나이가 많아서(15%)’ ‘자녀 양육 비용 부담(12.7%)’이 그 뒤를 이었다. 부정적인 인식이 자녀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가 된 셈이다.
경제적 부담이나 불안정한 주거, 일자리 등과 함께 저출생을 야기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에 언젠가부터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한 자리를 하게 됐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결혼·출산·육아를 백안시하는 사회문화 풍토가 만연하다. 노키즈존(no kids zone)으로 운영하는 식당과 카페가 많아지고 ‘맘충’이라는 혐오 표현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엄마가 맘충이고 아이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는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회에서 무슨 아이를 낳느냐”는 하소연도 늘어나고 있다.
하물며 최근 일부 방송에서는 극단적인 양육 환경에 처한 부모를 통해 출산·육아를 고난으로만 묘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만난 부모들은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라는 존재가 자신들의 삶에 얼마나 큰 행복을 안겨주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결혼과 출산,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나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너를 사랑한다. 새로 시작된 너의 여행을 우리가 도와주마.” 호주의 원주민 ‘참사람 부족’은 태어난 아이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넨다. 탄생을 축하하고 환영하며 함께 키워나갈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생명·가족·공동체의 가치를 이처럼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우리에게도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 ‘아이를 왜 낳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아이가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 결혼·출산·육아가 페널티가 아닌 메리트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