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소각 대신 자금 조달로…자사주 교환사채 발행 두 배 증가

·올해 1~3분기 발행액 5813억 원

호텔신라·농심 등 사상 첫 발행

조달 비용 낮고 지분 희석 없어

자사주 공시 강화 피하기 분석도

제도 시행 지연에 추가 발행 전망





올 들어 상장사가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과 자사주 공시 강화 등으로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자 이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교환사채 발행이 급부상한 것이다. 정부의 자사주 대책 시행이 연기된 만큼 추가적인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 발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자사주를 담보로 발행한 교환사채 규모는 581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82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 1~3분기 발행된 교환사채 가운데 자사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45.7%로 지난해 연간 기준 비중 29.9% 대비 크게 늘어난 상태다.

교환사채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나 다른 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을 말한다. 과거 교환사채 발행은 주로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이뤄졌으나 올 들어 자사주 활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1328억 원)와 농심(1385억 원) 등 주요 기업이 사상 처음으로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자화전자(375억 원), 씨에스윈드(446억 원)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도 같은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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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건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사주 공시 강화에 나서면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보다는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교환사채는 대부분 표면이자율이 0%라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신주를 발행하지만 교환사채는 이미 발행돼 있는 자사주나 다른 회사 주식을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율도 희석되지 않는다. 기관투자가들도 사실상 이자 수익이 없더라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주가가 올랐을 때 주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투자하고 있다.

다만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 환원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교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설비 투자,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할 수 있지만 주가 상승으로 교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돼 유통되면 주가 하락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정부의 자사주 제도 개선 개선안 입법 절차가 다소 지연되면서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한 후 소각 등 처리 계획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며 자사주 처분 시 주식 가치 희석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코프로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교환사채는 대다수가 0%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이자 비용 절감 효과가 크고 만기에 자사주를 지급하기에 지분율 하락 우려가 없어 발행이 늘고 있다”며 “다만 일부에서는 정부 자사주 공시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평가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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