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美中日 반도체에 수십조원 지원하는데 우리는 보조금 0원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의 전략산업 대표 기업들이 조 단위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 받아 경쟁력을 급속히 키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략산업은 정부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느라 시장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7일 보고서에서 미국이 인텔에 85억 달러(약 11조 4000억 원), 중국은 SMIC에 2억 7000만 달러(약 3600억 원), 일본은 라피더스에 63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의 보조금을 각각 투입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지만 한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은 ‘0원’이라고 짚었다. 2차전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의 CATL, 도요타에 각각 1조 원 이상의 보조금을 내줬고 미국도 거액의 전기차 보조금을 앞세워 공급망 확보에 나섰지만 우리 기업들이 받는 보조금은 전무하다.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등은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 전략산업이다. 주요국들이 거액의 혈세를 투입하면서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분야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부 지원은 인색하다. 미·중·일 등 경쟁국 기업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얻어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속도를 내는데 우리 기업들은 설비투자 세액공제 등 간접 지원만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2차전지 국내 주요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지난해 23.1%까지 급락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디스플레이 산업은 정부의 파격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에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빼앗긴 데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의 주도권마저 내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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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들이 첨단 전략산업 지원에 앞장서는 산업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갇혀 전략산업 지원을 주저하면 미래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 경쟁력까지 상실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가 보조금 지급까지 검토하면서 세제·예산·금융 및 규제 혁파 등 전방위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회도 더 미루지 말고 ‘반도체특별법’ 등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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