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담보 대출 금리를 올리고 대출 자격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 서울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래 절반이 하락거래로 이어졌다. 특히 그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해 온 서초구의 지난달 아파트 가격 상승 거래 비중이 22.2%로 하락세를 보였다. 상반기에 이어져 온 가격 급등 피로감과 함께 정부의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가격 상승의 동력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프롭테크 업체인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가격이 상승된 거래 비중은 48.5%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4개 자치구(중구·송파구·양천구·강서구)를 제외한 21개 구에서 상승 거래 비중이 줄어들었다. 앞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거래량 증가와 함께 상승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상승 거래 비중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난 서초구의 지난달 상승 거래 비중은 22.2%에 불과했다. 지난 7월 매매 거래 중 61.2%가, 8월에는 59.6%가 직전 거래 대비 상승 거래였던 것과 비교해 급격히 비중이 줄어든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는 40억 원에 거래돼 직전 84.95㎡가 46억 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6억 원 낮은 금액에 계약이 이뤄졌다. 종로구도 지난 8월 54.2%를 기록한 상승 거래 비중이 지난달 22.2%로 낮아졌다.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 전용 84.83㎡는 지난달 8일 22억 원에 계약이 체결돼 직전 84.90㎡가 22억 8000만 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8000만 원 하락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장에서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지난달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정부의 대출규제와 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수 적극성이 떨어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적인 상승 거래 둔화 상황에도 양천구는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 진행에 속도가 붙으며 상승 거래가 많았다. 양천구의 지난달 상승 거래 비중은 58.1%로 지난달 50.8%에 비해 늘어났다. 실제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지난달 연일 신고가를 기록했다. 목동 1단지 전용면적 154.44㎡는 지난달 29일 32억 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29억 원)보다 3억 원 뛰었다. 같은 날 목동 2단지 전용면적 97.92㎡는 직전대비 3000만 원 오른 23억 300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송파구 역시 대단지 아파트 선호와 재건축 개발단지 등의 거래가 이어지며 상승 거래 비중이 전체의 61.0%를 차지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98㎡는 지난달 12일 22억 4500만 원에 거래돼 8월 31일 23억 5000만 원에 비해 1억 원 넘게 가격이 떨어졌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8㎡도 지난 8월 15일 27억 3000만 원에 계약됐으나 지난달 20일에 26억 4000만 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지역별로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7월에 거래량과 거래금액 모두 고점을 찍은 후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11월 이후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하며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