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처음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 법률 상담 챗봇 ‘AI대륙아주’가 대한변호사협회의 압박에 결국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변호사 수임 감소 등을 우려한 변협이 변호사법 위반을 들고 법무법인 대륙아주 징계에 착수하자 AI 법률 서비스가 문을 닫은 것이다. 오픈AI 등 글로벌 AI 챗봇에서는 변협의 제재 없이 여전히 간단한 법률 상담이 가능한데 국내 AI만 서비스 중단 압박을 받으며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륙아주는 8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본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대륙아주 서비스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철 대륙아주 경영전담 대표변호사는 “AI대륙아주는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다만 변협 회원인 로펌으로서 변협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계속 서비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날부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AI대륙아주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의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넥서스AI와 함께 개발한 기업대소비자(B2C)용 챗봇으로 지난 3월 출시했다. 기업대기업(B2B) 법률 AI 서비스는 속속 나오고 있지만 B2C 대상 법률 AI는 대륙아주가 처음 내놨다. ‘중고차를 샀는데 침수차였다. 법적 대응은 어떻게 하나’ 같은 질문을 하면 법에 의한 AI 맞춤형 답이 나온다.
AI대륙아주는 약 7개월 가량 5만 5000명의 사용자와 10만 건 이상 질의가 있었다. 서비스 205일 간 하루 평균 500건 가량 법률 질의응답이 오고 갔다.
AI대륙아주는 출시부터 변협의 견제를 받았다. 간단한 법률 자문 시장이 AI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변협은 당초 6월 조사위원회를 열고 대륙아주와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 7명을 징계위 회부를 의결하려고 했다가 회의가 미뤄졌다가 지난달 24일 대륙아주와 이들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했다. 변협 측은 “공공성을 가진 법률 시장에서 AI 활용은 변호사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변협 주도의 인공지능 플랫폼 운영을 주장하고 있다.
변협이 대륙아주 변호사들을 징계위에 회부한 것은 △변호사가 아닌 자의 업무에 따른 변호사법 위반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품위유지 위반을 했다는 이유다.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이 서비스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사건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서비스”라고 반박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이재원 넥서스AI 대표도 “AI가 하는 것은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검색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일 뿐”이라며 “AI가 빨리 찾아주면 불법이고 직접 찾으면 합법이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했다.
변협은 대륙아주의 AI 서비스 중단에도 징계 절차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로펌 내에서 사용하거나 변호사 업무를 위한 B2B 법률 AI 서비스에 대해서 변협은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하지만 오픈AI 등 글로벌 AI 서비스에서는 AI대륙아주와 사실상 같은 법률 질의응답 서비스가 가능한데 이 때문에 역차별 논란도 있다. 예컨대 오픈AI에서 마찬가지로 침수 중고차를 샀을 때 법적 대응을 물으면 다섯 단계의 법적 절차에 대해 600자 분량으로 답이 주어진다. 심지어 AI대륙아주의 경우 답변 말미에 변호사와 상담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지만 오픈AI는 이마저도 없는 실정이다.
변협은 조만간 대륙아주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열고 징계 여부를 확정한다. 이 대표는 “만약 징계 결정이 나면 이의신청을 하고 마지막에는 소송을 하는 등 적법 절차를 통해 다툴 것”이라며 “모든 상황을 고려해 서비스 재개 여부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