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MBK파트너스가 꺼낸 고려아연(010130)과 영풍정밀(036560)의 공개매수가 동결 카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향한 승부수라는 평가다. 최 회장보다 공개매수 기간, 물량, 세금 등의 측면에서 앞서 있다는 자체 판단으로 금융 당국의 공개매수 과열 경고가 나온 시점에 이 카드를 전략적으로 빼 들었다는 것이다.
MBK로서는 공개매수가 동결 명분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내걸었다. 더 이상의 가격경쟁이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주주가치 및 기업 경쟁력 훼손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로서 수익성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적정가에 기업을 사들여 향후 매각 차익을 거둬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추가로 인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MBK가 제기해 18일 열리는 공개매수 절차 준비 가처분 승소 기대감도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승소할 경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돼 MBK가 지분 경쟁의 승자가 된다. 이외에 MBK의 공개매수가 14일 끝나 고려아연 측(23일)보다 빠르고 물량과 세금도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공은 이제 최 회장에게 넘어갔다. 결정은 이르면 11일 늦어도 14일에는 나올 전망이다. 11일은 최 회장이 공개매수 기간을 더 뒤로 미루지 않고 공개매수가를 조정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일각에선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종료일인 14일까지 시장 반응을 보고 공개매수가 인상과 물량 확대를 최종 확정 지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단 고려아연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은 없다’는 MBK의 성명을 “(MBK가 고려아연의 최 회장을 상대로 법원에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결과가 (18일 심문기일인 만큼) 14일(MBK의 공개매수 종료일) 이후에 난다는 점을 악용해 (이런 변수로부터 안전한)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라는 유인 메시지”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공개매수 및 소각을 완료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으로서는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 없이는 지분 경쟁에서의 승리가 어려운 만큼 ‘공개매수 완료’를 강조함으로써 매수 가격을 더 올릴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금 부담과 금융 당국의 압박이다. 자사주 매입만 해도 최대 15.5%(320만 900주)를 확보하려면 주당 83만 원에 2조 6635억 원이 필요한데 90만 원이면 2조 8881억 원, 95만 원이라면 3조 485억 원으로 불어난다.
영풍(000670)정밀의 경우 최 회장 측 사재 투입을 늘려야 해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 가격인 주당 3만 원을 유지한 채 25%(393만 7500주) 매입 계획을 MBK와 같은 수준인 684만 801주(43.43%)로 늘린다면 1181억 원에서 2052억 원으로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대신 현재 물량 25%를 유지한 채 공개매수가를 3만 5000원으로 높이면 1378억 원이면 된다. 영풍정밀 지분율은 최 회장 측이 35.31%로 영풍·MBK의 21.25%보다 앞서 있어 물량 변동 없이 가격만 높일지, 물량을 확대하고 가격을 유지할지, 또는 물량과 가격 모두 높일지(3만 5000원에 684만 801주는 2394억 원 소요) 등의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불공정 거래 조사에 돌입한 것도 변수다. 최 회장으로서는 의도는 차치하고라도 당국이 과열 양상을 경고한 마당에 MBK의 공개매수가 동결 카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회사 자금을 공개매수에 쓰는 것을 놓고 법률 리스크도 따라붙고 있다. 사실 금융 당국의 조사는 불똥이 어느 쪽으로 튈지 예단이 쉽지 않다. 그 어느 쪽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가 승부수를 던졌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자금 경쟁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며 “양측 간 수싸움, 법원 판결, 금융 당국 조사 등이 막판까지 지분 경쟁을 뒤흔들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