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트럼프 개인사·치부 낱낱이…대선판 흔들 변수 될까

■리뷰-영화 '어프렌티스'

'악마변호사' 로비 힘입어 승승장구

난잡한 사생활·재산형성 과정 담아

트럼프 "거짓" 소송에도 결국 개봉

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사진 제공=누리픽쳐스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사진 제공=누리픽쳐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하노이 회담을 비롯해 그가 대통령 당시 쏟아냈던 온갖 막말과 ‘비매너들’은 늘 화제가 됐다. 대선 주자로 나서면서도 숱한 논란을 만들어낸 그가 기를 쓰고 개봉을 막으려고 했던 영화 ‘어프렌티스’가 국내에서 오는 23일 개봉한다. 미국에서는 이보다 앞선 11일에 관객들과 만난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이었던 이 작품에 대해 트럼프는 “쓰레기로 가득 찼다”며 불쾌한 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트럼프 캠프 측은 개봉을 막기 위해 소송 압박까지 가했다. 그럼에도 결국 미국에서도 R등급(일반적인 성인 영화에 해당하는 수위로, 17세 미만의 경우 부모 혹은 보호자 동반 관람이 필수) 개봉을 확정했다.

트럼프가 그토록 분노했던 ‘어프렌티스’는 과연 그의 재선에 걸림돌이 될 만큼 위협적인 내용을 담았을까. ‘어프렌티스’는 우리가 아는 현재의 트럼프가 어떻게 탄생하고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전기적 성격의 작품이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트럼프의 설계자’이자 ‘트럼프의 멘토’인 ‘악마 변호사’ 로이 콘이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말도 불사하고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는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듯한 트럼프를 만든 게 바로 로이다.

고위 인사들을 변호하며 브로커로도 활동하는 로이가 가르친 △공격하고 또 공격하라 △아무것도 인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부인하라 △절대로 패배를 인정하지 말고, 절대 승리만을 주장할 것 등 3계명을 그대로 따르던 트럼프는 세입자에게 밀린 세를 받으러 다니던 뉴욕의 부동산 업자 아들에서 결국 부동산 재벌이 된다.

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사진 제공=누리픽쳐스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사진 제공=누리픽쳐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놀라움과 씁쓸함을 자아내는 것은 오히려 트럼프의 악랄함이라기보다는 로비와 협박이 통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조건으로 특급 호텔 등 부동산 개발권을 따 낼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인들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치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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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트럼프의 뱃살, 탈모 수술, 첫 번째 아내 이바나에 대한 성폭행 시도를 비롯해 난잡한 성생활,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재산 신탁을 꾀하려다 실패하는 모습,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로이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가차 없이 ‘손절’하는 방식 등 개인사의 치부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관객들은 대선 주자가 아니 인간 트럼프에 대해서는 어떠한 평가를 내릴까.

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사진 제공=누리픽쳐스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사진 제공=누리픽쳐스


또 ‘재산이 모두 사라진다면 뭘 하겠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에 출마할지도”라고 답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미소 지으면 대답하는 트럼프의 모습에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확신보다는 그의 여유가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영화 제목이 주는 아이러니다. 부동산 재벌이던 트럼프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NBC TV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며 대중적인 인기와 인지도를 안긴 프로그램 명이 바로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이기 때문이다. 그가 회사의 오너로 등장해 지원자들에게 연달아 외친 “당신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은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사진 제공=누리픽쳐스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사진 제공=누리픽쳐스


트럼프 역을 맡은 세바스찬 스탠과 로이 콘 역을 맡은 제레미 스토롱의 연기는 영화에 생생함을 더한다. 마블 히어로 영화 캐릭터 ‘윈터솔저’로 유명한 스탠은 트럼프 역을 위해 2달 만에 7㎏을 증량하고 금발 가발을 썼다. 말할 때 입 모양부터 걸음걸이‧몸짓까지 거의 트럼프와 흡사해 관객들은 영화를 다큐멘터리로 착각할 수도 있다. 때로는 악랄한 모습의 열정이 넘치면서도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는 그의 연기는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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