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어려운 보험용어, 한자 쓴다고 한번에 이해될까?…보험연수원 "홈피에 한자 병기"

하태경 원장 "문해력 저하 대책으로 어려운 단어에 한자 병기"

보험용어는 전문적이고 한자 능숙치 않은 2030 많아 효과는 의문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 단어 모른다는 식 접근 적절치 않아" 비판도






보험연수원이 홈페이지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들에 한자를 병기하기로 했다. 괄호 안에 한자를 써 주면 2030 세대가 보다 쉽게 보험 용어를 알게 될 거란 발상인데 구시대적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험연수원은 10일 “2030 문해력 저하에 대한 대책으로 홈페이지의 어려운 단어들 한자 병기 작업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10일 오전 보험연수원 2030 막내직원들과 함께 문해력 저하 대책회의를 했다"면서 “회의 결과 두 가지 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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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원장이 얘기한 두 가지는 한자 병기와 영어로 된 설명을 붙이는 것이다.

하 원장은 “가령 보험수리, 손해사정, 보수교육 같은 단어들 처음 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한자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가 많아 한자 병기만으로도 부족하다고 해서 필요한 경우 간단한 영어 설명도 덧붙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영어 약자를 쓰는 경우 원 단어를 병기하기로 했다. 가령 연수원 홈페이지의 OCR, RPA 같은 약어들”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연수원의 이같은 방침엔 찬반이 갈린다. 어려운 보험 용어에 한자를 같이 써주면 무슨 뜻인지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거라는 의견도 있지만 2030은 아예 한자 자체를 능숙하게 읽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갑작스런 한자 병기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보험은 그 내용이 일반인 입장에선 상당히 낯설고 전문적이다. 또한 보험 용어 중엔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들여온 경우도 있어 한자를 병기해줘도 이해력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납입기간, 보험기간, 계약자, 수익자, 피보험자, 정액보상, 실손보상,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책임보험 등의 용어는 단어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보험의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면 알 수 있는 단어다. 반면 가쟁기간(可爭期間), 가지급보험금(假支給保險金) 같은 단어는 한자를 병기해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 쉽게 알 수가 없는 낱말이다.

하 원장이 ‘2030의 문해력이 저하’돼 있다고 전제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댓글에서 “문해력이 아닌 세대 차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대 간에 사용하는 언어와 그 방법에 차이가 있는데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마치 젊은 세대가 단어의 뜻을 모른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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