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스페이스X, 위성 인터넷 경쟁사에 "주파수 내놔"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민간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로켓 발사를 대가로 경쟁 위성 인터넷 기업들의 ‘주파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사업과 함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운영 중인데, 스페이스X 발사체를 이용하는 타 기업들에게 주파수를 스타링크에 공유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민간 발사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갑질’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경쟁사와 위성 발사 협상에서 주파수 권리를 양도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즈와 영국 위성 인터넷 사업자 원웹 같은 경쟁사 장비를 지구 궤도에 올려주는 대신 스타링크 광대역 인터넷에 주파수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스페이스X는 자체 제작해 쏘아 올린 위성을 통해 세계 각지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한다. 물리적으로는 지구 전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각국 주파수 사용권을 얻어야 하는 규제 장벽이 있다. 이에 경쟁사와 주파수 사용권을 공유해 규제를 쉽게 우회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주파수 사용권은 각사 영업권과 직결된다. 스페이스X 외 위성을 발사해줄 타 스타트업·국가기관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는 러시아와 협력이 어려워지며 스페이스X가 민간 위성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력을 지니게 됐다. 실제 케플러는 23개 위성 중 16개가 스페이스X를 이용했고, 원웹은 2022년 러시아를 통해 위성을 띄울 계획이었으나 전쟁으로 무산된 후 스페이스X에 손을 벌리고 있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를 쏘아 올려 줄 수 있는 타 스타트업·국가기관이 부재한 틈을 타 경쟁사 영업권을 탐내고 있는 셈이다. 각국 규제기관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은 “미국과 캐나다 규제 기관이 케플러와 스페이스X 간 분쟁을 중재했다”며 “올 2~4월 스페이스X 로비스트가 캐나다 관리들과 6번 만난 기록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경쟁사들은 법적 조치까지 강구하고 있다. WSJ은 “한 로펌이 미 법무부 반독점 부서와 회동해 스페이스X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는지 논의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