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2004년 중부 도시 아라크에 ‘IR-40 중수로’ 건설을 시작했다. 중수로는 경수로보다 플루토늄 생산이 쉬운 원전으로 이란의 핵무장 시도가 노골화한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급진전되자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공동으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 또는 축소하는 대가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핵합의를 이란의 기만전술에 놀아난 결과로 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8일 이를 일방적으로 폐기했고 이란도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8일 트럼프의 핵합의 폐기가 이란 내 강경파 득세, 핵 프로그램 가속을 불렀다는 민주당 측의 비판을 전했다. 벤저민 J 로즈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핵합의 탈퇴 결정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서 가드레일을 없애고 이란이 더 대립적이고 강경한 노선 대신 다른 노선으로 나아갈 동기를 제거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등 보수 진영에서는 “이란 핵합의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란 핵합의는 이란에 지역 테러리즘에 돈을 댈 수 있도록 현금을 제공했으며 일시적 제한으로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란이 핵폭탄에 사용할 정도의 핵 물질을 만드는 데 몇 주가량이면 충분하고 폭탄을 만드는 것도 약 6개월이면 가능하다는 게 미국 당국의 분석이다. 민주당·공화당이 뒤늦게 ‘네 탓’ 공방을 벌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기만전술로 핵무기 고도화에 나선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는 더 긴장해야 한다. 이란과 핵무기 공동 개발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2010년 11월 영변 우라늄 농축 공장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우라늄(HEU) 시설도 공개했다. 북핵 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준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패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정교한 전략을 세우고 힘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