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금리인하 이후 가계빚 증가율 2배…"가수요 잡을 대책 내놔야"

■2007~2024년 가계신용 분석

2019년 4.2%→2020년 8.1% 껑충

세차례 인하기서 시차 두고 증가세

올해는 시작 전부터 집값상승 기대

민간소비 회복 효과 제한적 관측도

정책대출 등 사각지대 관리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인하기에 접어들면 가계대출이 어김없이 늘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차를 두고 증가율이 최대 2배가량 높아져 금융 당국이 긴 호흡을 갖고 가수요를 발라낼 수 있는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할 경우 내수 진작 효과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 안정만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한은의 2007~2024년 가계신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25%로 인하했던 2019년의 연간 가계신용 증가율이 4.2%에 불과했다. 주택담보대출도 4.3% 수준이었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20년에는 가계신용 증가율이 8.1%로 두 배가량 치솟았다. 주담대 역시 8.2% 불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 기준금리를 0.5%로 확 내린 것도 있지만 전년부터 시작한 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이 서서히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준금리가 1%로 올라간 2021년에도 가계신용과 주담대 증가율은 각각 7.7%, 7.9%로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정책으로 기준금리를 3%대로 끌어올린 2022년부터 서서히 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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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3.25%에서 1.25%까지 내려갔던 2012~2017년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3.25%에서 2.75%로 내렸던 2012년에는 가계신용 증가율이 5.2%에 그쳤으나 2013년에는 5.7%로 반등했고 2016년에는 11.6%까지 급등했다. 기준금리를 1.5%로 0.25%포인트 올린 2017년에도 가계신용 증가율은 8.1%나 됐다. 2012년 5.2% 수준이었던 주담대 증가율도 2015년에는 1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25%포인트 내린 2008~2010년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수치로 보면 가계신용 증가율은 금리 인하 초입기인 2008년(8.7%)과 2010년(8.7%)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빼고 보면 다르다. 물가 상승률을 뺀 가계신용 증가율은 같은 기간 4%에서 5.8%로 늘어난다. 2008년에 물가 상승률이 4.7%로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통화정책이 시간을 두고 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약발을 듣는 데 12~18개월 안팎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뒤 내년과 내후년까지 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올해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지 않았을 때도 유동성과 집값 상승 기대가 늘어난 만큼 가계부채 관리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7월 기준 광의통화(M2) 잔액은 1년 전보다 6.2% 증가한 4053조 9000억 원으로 2022년 10월(6.4%) 이후 가장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아무리 정부가 가계대출을 통제한다고 해도 전세자금대출이나 정책자금과 같은 사각지대가 굉장히 크다”며 “관건은 정부가 이런 사각지대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석했다.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금리가 내려가면 주택 가격 상승과 같은 자산 가격 효과로 소비 진작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같은 부동산 과잉투자 부문이 존재한다”며 “현재처럼 주택 시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심우일 기자·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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